올림픽 라운지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속타는 메달리스트들

베이징/김경호기자 jerome@kyunghy

미디어 빌리지에서 공항으로 떠나는 셔틀버스를 봤다. 자국선수들의 일정이 끝난 기자들이 일찌감치 떠나기 시작하면서 올림픽도 이젠 슬슬 파장분위기로 가고 있다. 일찍 귀국하는 그들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올림픽 라운지]‘빨리 돌아가고 싶은데’…속타는 메달리스트들

선수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종목별로 경기를 모두 끝낸 선수와 협회 임원들은 짐을 싸 귀국길에 들었다.
하지만 메달리스트들은 귀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금, 은, 동메달을 딴 선수와 그 지도자들은 일정을 모두 끝냈더라도 오는 25일 대한민국선수단 본진과 함께 들어가야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남은 일정을 치르는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고, 폐막식에서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흔든 뒤 다함께 개선해 국민앞에 인사해야 한다게 대한체육회의 방침이다.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니 어서 빨리 돌아가 가족과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메달리스트들은 한편으론 속이 탄다. 부모님께 넓죽 절하고 싶고, 사랑하는 아내도 안아주고 싶고, 아이들도 눈에 아른거리는데…. “방침이라니 어쩔 수 없죠, 뭐.” 한 지도자의 말이다.

개막후 첫날인 지난 9일 유도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는 좀이 쑤신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얼른 집에가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몇일을 더 기다려야 어머니 품에 안길 수 있다. 홈페이지에 올린 ‘거꾸로 태극기’ 관련 글이 파문을 일으키자 왕기춘은 선수촌에서 칩거하다시피한다.

박태환은 감기를 핑계삼아 두문불출이다. 수영의 다른 동료들은 모두 떠나가 외톨이가 됐다.

양궁 선수들은 다행히 선수단 전원이 남았다. 다른 종목 선수들 응원을 가려했다가 입장권이 없어서 포기했다. 관광도 썩 내키지 않고, 몇일 뒤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에 견학가기로 했다.

역도의 사재혁과 장미란은 남자 105㎏이상급에 출전하는 전상균을 응원할 계획이다. 그나마 같은 종목 경기가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다. 사격의 진종오는 “놀다 와”라던 부인이 베이징으로 달려와 반가운 만남을 했다니 행복한 편이다.

시드니 올림픽때도, 아테네 올림픽때도 메달리스트들은 이렇게 묶여야 했다. 그때는 다른 종목 경기장에 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그나마도 쉽지 않다.

이런 저런 취지로 선수들을 잡아두고 있는 체육회의 방침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2시간이면 날아갈 거리, 고향을 지척에 두고 애태우는 선수들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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