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스타’따기…방송가‘캐스팅 대란’몸살

‘캐스팅 대란(大亂)’으로 여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방송사의 고참 PD는 캐스팅을 두고 “연기자들이 너무 뻣뻣하게 굴어 자존심 상할 정도”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사마다 연기자 캐스팅을 두고 크고 작은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심각해진 ‘캐스팅난’은 ‘사극바람’이 일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탤런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달리 방송사·연기자·소속 매니지먼트사 등이 얽혀있어 캐스팅 결정과정이 복잡한 데다 연출자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저울질하기’에 급급한 요즘 연기자들의 세태가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캐스팅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KBS ‘명성황후’이다. ‘올해 KBS 10대기획’ 가운데 하나로 야심차게 준비중인 100부작이지만 ‘명성황후’의 주연 캐스팅이 늦어지는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다. 1순위 후보였던 강수연이 SBS ‘여인천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이영애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라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도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1월말까지만 해도 KBS는 “이영애의 소속 매니지먼트사와 모든 합의가 끝났고 본인의 사인만 남았다”고 했지만 이영애가 영화 ‘봄날은 간다’에 출연한다는 내용이 발표된 후 ‘명성황후’ 출연은 불투명해졌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 제작진도 캐스팅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여주인공을 맡았던 박진희(시내 역)가 촬영 며칠을 앞두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연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니저를 통해 연락해온 것이 전부였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새로운 여주인공을 찾느라 힘을 빼야 했다.

MBC ‘아줌마’ 후속으로 3월26일부터 방송되는 사극 ‘홍국영’은 한달 만에 캐스팅 작업을 끝냈다. 홍국영 역에 김상경, 정선겸 역에 정웅인이 각각 출연한다. 김상경의 상대 여주인공은 이태란이 맡았다. 이재갑 책임프로듀서는 “젊은 연기자일수록 사극 출연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S 2TV ‘동양극장’을 준비중인 김종창 PD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캐스팅 작업을 최근에야 마무리했다. 휴식기를 가졌던 이재룡이 당대 최고의 배우 황철 역으로 출연한다. 이재룡은 3월19일 방송 예정인 SBS 일일극 ‘소문난 여자’에서도 탐을 내 양 방송사가 한달간 신경전을 벌였다.

드라마 연출자들은 “최근 영화시장에 연기자들을 많이 빼앗겨 배우기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촬영 현장에서 연기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스타시스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세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