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제로금리와 살인금리

아메리카대륙의 남과 북을 대표하는 두 나라에서 금리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일 기준금리를 22%로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6일 기준금리격인 연방기금 금리를 1.25%로 0.5%포인트 내렸다. 나아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최근 금리 0%에 대비하는 호기까지 부렸다. 미국 금리는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미국은 기업하기에 아주 좋은 나라가 됐다.

반면 브라질은 ‘돈놀이’하기 좋은 나라이다. 금리는 지난달 14일 이후 무려 4%포인트나 올랐다.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기 이후 고삐가 풀리려는 인플레를 틀어쥐기 위한 대책이다. 환율방어도 동시에 꾀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몇개월 사이 가치가 40% 폭락했다. 자국 통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진다. 금리인상은 인플레 제압과 환율방어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고금리는 재정긴축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위기를 겪는 나라에 구제금융을 주면서 내놓는 전형적인 처방. 한국도 겪은 적이 있는 이러한 살인금리는 그러나 브라질에는 제살깎기나 다름없다. 3천5백억달러에 육박하는 브라질 공공부채가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계산해도 이러한 금리수준에서 브라질은 연간 7백억달러를 이자로 물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이 이잣돈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다른 조건이 양호하다면’ 브라질이 간신히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선 금리가 8%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차악’을 찾는 차원에서 고금리를 선택했다. 국가경제를 위해 ‘최선’을 고를 수 있는 미국 경제정책입안자들과는 여건이 너무 다르다.

이같은 금리격차는 또 다른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근거가 된다.

월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은 브라질에서 고리대금을 통해 올린 막대한 수익을 미국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값을 낮추는 데 쓸 수 있다.

“세계화는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를 착취하는 구조를 정형화하는 수단”이라는 브라질의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안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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