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기행

‘하향주’ 맥잇는 박환희씨

[전통주 기행]‘하향주’ 맥잇는 박환희씨

하향주 이수자인 박환희씨(57)는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로부터 아직도 주조비법을 익히고 있다. 기능보유자인 어머니 김필순씨(89) 곁에서 전통주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씨는 어릴 적부터 누룩냄새를 맡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누룩을 밟는 게 주요 일과 가운데 하나였다. 어릴 적부터 틈틈이 어깨너머로 술 제조과정을 익혔다.

그는 한동안 가족과 미국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등 외도를 했다. 그러나 1995년 귀국, 본격적으로 전통주 맥 잇기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연로하신 데다 경쟁력있는 명주를 선보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어머니 곁에서 모든 주조과정을 꼼꼼하게 배우면서 품질 개선에 매진한다.

그는 “제대로 된 술맛을 내기가 쉽지 않죠. 만들수록 어렵습니다”라며 늘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향주는 아직 가내공업으로 제조돼 하루 출고량이 200~300병에 그친다.

소량으로 생산되면서 판로가 한정돼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박씨는 IMF를 맞아 1998~99년에는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2003년 가을 태풍 ‘매미’가 달성군 유가면 음리를 덮쳐 술 탱크가 온통 물에 잠기고 분쇄기 믹서기 등 제조장비를 빗물에 떠내려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가업을 잇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양보다는 질에 치중한 결과 참고 견딘 보람이 서서히 빛을 발했다. 지난해 7월부터 대구시 신기술사업단이 하향주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기술사업단은 박씨와 손잡고 제조공정을 현대화시켜 대량생산체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박씨는 현재 비슬산 자락에 누룩공장 50평 등 모두 300평에 달하는 공장 설립이 가시화돼 조만간 양산체제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술맛을 내는 비결은 우수한 재료와 함께 제조자의 혼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하고 기억력도 흐려져 이제 자신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겸손함 속에서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의 얼굴에서 철저한 장인정신과 프로의식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대구|박태우기자〉

taewoo@kyunghyang.com

그는 지금도 틈만나면 전국의 음식 및 술박람회에 참석해 다른 술 맛을 보고 주류의 흐름을 읽어내려고 애를 쓴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하향주 맛이 어떻냐’고 물으면서 피드백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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