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맥루한‘미디어의 이해’

세 사람이 모여 있다. 이들은 각각 친구와의 대화, 신문 기사, 그리고 TV를 통해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다’라는 동일한 문장의 메시지를 접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전달된 각각의 메시지들은 정말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목소리와 인쇄된 신문, TV의 영상 등 메시지를 전달해준 매체, 즉 미디어들이 서로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과연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만약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면, 당신은 분명 미디어를 메시지가 전달되는 통로나 그릇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반면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지금 즉시 서점으로 가서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찾아 읽어보라. 미디어가 갖고 있는 힘의 크기를 그 안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배경지식 넓히기-

[아비투어 논술]마셜 맥루한‘미디어의 이해’

◇허버트 마셜 맥루한(Herbert Marshal Mcluhan, 1911~80)=‘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는 마사지다’ ‘지구촌’ 등의 표현으로 유명한 마셜 맥루한은 캐나다 출신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다. 1964년 출간된 ‘미디어의 이해’를 통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또한 맥루한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논의를 대중화시키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하여 명실상부 20세기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로 평가되고 있으나, 기술결정론적 입장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인 ‘미디어의 이해’는 테크놀로지의 매체성을 중심으로 인간의 역사, 그리고 세계에 대한 문명사적 통찰을 했다는 점에서 언론학, 사회학, 역사학은 물론 철학에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맥루한의 주장들이 속속 현실화되면서 ‘미디어의 이해’는 처음 발간된 당시보다도 오늘날 더 높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맥루한은 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기술과는 분리해서 생각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모든 미디어를 인간 능력의 확장이라고 본 그는 감각기관의 확장으로서 모든 미디어들이 그 자체로 우리의 인식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가 달라지면, 그 메시지도 달라지고,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인식 방식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미디어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고, (가) (나)의 관점과 (다)의 관점을 비교하여 10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 전근대 사회에서 사회의 특정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는 집단은 그 사회의 상층 계급인 왕족, 귀족, 양반, 종교지도자들이었다…(중략)…그러나 인쇄술의 발달은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인쇄술의 보급이 확산되어 쉽게 각종 정보에 접하게 된 일반 국민은 지적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나아가 자신들의 의견을 국민들 사이에 퍼뜨리고 결국에는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신문과 잡지가 일반화되면서 가속화되었고 특히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발명되어 보급되면서부터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중에서>

(나) 우리의 문화는 모든 사물을 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분할하고 구분하는 데 숙달되어 있으므로 이제 실제로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것을 납득케 되면 다소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의미는 간단하다. 그것은 모든 미디어가 우리 자신의 확장이며, 이 미디어의 개인적 및 사회적 영향은 우리 하나하나의 확장, 바꾸어 말한다면 새로운 테크놀로지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도입되는 새로운 척도로서 측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어떤 미디어나 테크놀로지라도 그 ‘메시지’가 인간에게 관계하게 되면 그것에 의해 인간의 척도가 달라지고 혹은 진도가 달라지며 혹은 기준이 달라진다. 철도는 달리는 일, 수송하는 일, 혹은 바퀴, 선로를 인간 사회에 도입해 온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종류의 도시와 일과 레저를 낳게 하여 종래의 인간의 기능을 촉진하고, 또 규모를 확대하였던 것이다. <마셜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중에서>

(다) 우리는 텔레비전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는 얘기를 흔히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이런 저런 새로운 테크놀로지, 이를테면 증기엔진, 자동차, 원자폭탄 등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사회, 새로운 역사적 국면 등을 창출해 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흔히 거론되는 이런 일반적인 논의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오히려 문젯거리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표현 뒤에 숨어있는 특정한 의미에 무감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따라서 우리가 텔레비전의 다양한 효과,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생긴 사회적 행동이나 문화적·심리적 현상 등을 활발히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만, 정작 어떤 테크놀로지를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또 만약 원인이 된다면 어떤 종류의 원인이며 다른 원인들과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하는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텔레비전론’중에서>

- 어휘 다지기-

◇기술 결정론=사회를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술결정론자들은 사회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기술의 진보를 주장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인간의 의지와 활동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경로를 따르는 기술 변화에 의해 사회 전체가 급속하게 변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결정론은 기술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기술을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기술을 인간, 그리고 사회와 독립된 변수로 여긴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회 구성주의=기술결정론에 대한 대항 이론으로 등장한 ‘사회구성주의’는 기술변화 과정에서 개입되는 정치적, 경제적, 조직적, 문화적 요소 등 다양한 현상들을 분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술이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즉, 기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기술 자체의 힘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고 운용하는 사회 집단들이며, 기술 역시 그러한 사회적 맥락 하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구성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시답안]

우리는 TV나 신문을 통해 ‘인터넷 기술이 사회를 바꾼다’ ‘미래 사회를 위한 차세대 핵심기술’ 등 사회와 기술의 관계를 묘사하는 많은 표현들을 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술에 의한 사회 변화의 속도 역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기술이 이 사회를 변동하게 한 것일까.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맥루한은 그 해답을 미디어 기술에 대한 분석에서 찾는다. 즉, 그의 주장에 따르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달라지면 메시지 역시 달라지듯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오히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특징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당시 시대의 지배적인 미디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문화, 더 나아가 사회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인쇄술에서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로 이어지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인식과정과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기술결정론적 입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은 현대사회에 대한 뛰어난 설명력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윌리엄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란 여러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사회 변동의 원인을 미디어 기술로 전부 환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기술 역시 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기술을 사회와 독립된 것으로 보는 기술결정론은 타당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미디어는 분명 힘을 갖고 있지만, 그 힘은 인간과 사회적 맥락에 의해 제약을 받으며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의해 사회가 변동한다는 맥루한의 기술결정론적 입장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동의 원인을 미디어 기술로 환원하는 환원주의적 시각 대신 기술을 사회적 맥락 하에서 조망하는 다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 고전 펼치기

시간의 확장인 인쇄된 서적은 심리적으로는 원근법적 사고와 고정된 견해를 강화하였다. 원근법에 의한 환각을 이용하여 시각상 어떤 점을 강조하고 어떤 점을 흐리게 하며, 또한 거기에 묘사된 것이, 눈으로 볼 수 있고 통일되어 있으며 영속적인 다른 환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활자가 명확하고 통일적으로 하나의 선으로 배열된 형태는, 르네상스의 위대한 문화형태와 그 혁신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인쇄술이 발명된 최초의 1세기 동안에 이루어진 시각적 강조와 개인적 견해의 강조는, 인쇄술에 의한 인간의 확장으로 가능해진 자기 표현의 수단과 결합된 것이다. 인쇄술에 의한 인간의 확장은 사회적으로는 내셔널리즘, 산업주의, 대량시장, 그리고 보편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과 교육을 초래했다. 인쇄는 반복 가능한 정밀성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며, 그것은 사회적 에너지의 새로운 확대 형태를 낳는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마셜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중에서

-해설-

맥루한에 의하면 문자가 발명되기 전의 인간은 오로지 구전으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수감각형 인간이었다. 하지만 표음문자가 발명되고,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 강조되면서, 인간은 문자라는 미디어에 의해 복수감각형에서 시각중심형의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더 이상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아닌 개인의 읽고 쓰는 능력이 강조되면서 문자라는 미디어는 사람들을 개인주의화하였다. 게다가 인쇄술이 발명되어 서적이 대량 보급되면서 인간은 시각에만 의존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였으며, 그 결과 인쇄된 서적의 목차와 글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선형적 사고법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맥루한은 표음문자와 인쇄술의 결합이 근대적 자아를 낳았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이끌어내었으며, 이러한 도식은 사회가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술결정론으로 해석되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출문제-

2003 서강대 정시, 2007 성균관대 수시2, 2007 한양대 수시1

〈전세라|자음과모음 논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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