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도 우려하는 한국의 ‘순혈주의’

우리 사회의 유별난 순혈주의(純血主義)와 이로 인한 혼혈인 차별이 유엔에서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한국의 ‘순수한 혈통’ 개념이 다른 사람들은 ‘불순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종적 우월성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인종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활동을 금지하는 입법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면서 이혼시 외국인 여성배우자의 지위, 여수 출입국 관리소 화재 사건, 이주 노동자 문제 등 혼혈과 관련한 한국 사회의 취약점도 적시했다는 소식이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이 언급했듯이 우리의 단일민족 담론은 주변 강대국들의 빈번한 침탈로 인한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특히 20세기 초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 상황에서 그것은 독립운동을 추동하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서구열강의 민족주의가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였다면 우리의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기제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 신화나 배달민족의 혈통 등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미 농촌남성 4사람 가운데 1명이 외국인 배우자를 두었으며, 국제결혼과 외국인과의 밀접한 교류는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본격적인 다민족·다인종사회에 요구되는 제도와 규범을 하루 빨리 정립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혼혈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한편, 사회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차별적 관행을 찾아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일민족을 강조함으로써 은연중 혼혈차별을 조장하는 각급 학교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민족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인종차별 없는 열린 사회라는 세계인들의 평가를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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