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위 듀스 ‘Force Deux’

-수줍은 대중을 춤추게 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듀스, 아니 이현도는 1990년대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인 뮤지션이었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35위 듀스 ‘Force Deux’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적인 양에 있어서도 이현도를 따를 자가 없었다. 낮에는 방송, 밤에는 공연, 새벽엔 작업, 그러면서도 음악을 쏟아냈다. 6개월 만에 앨범 작업을, 그것도 단 한 번의 공백기 없이 완벽히 마무리해냈다. 2년간 세 장의 앨범, 그것도 한국 댄스 뮤직 역사상 가장 순도 높은 것들로 말이다.

전문 작곡가가 아니면서도 별의별 가수의 앨범에까지 곡을 주었고, 이들이 모두 히트곡이 되었다. 자신의 앨범은 말 할 나위도 없다. 이현도의 힘이다.

베이스 비트가 쿵쿵 울려대고, 다섯 음이 채 안 되는 것만 같은 쉬운 멜로디가 신명나게 흐르고, 춤과 멋들어진 의상이 한 몸이 되어 무대 위를 흐르면 그 아무리 천성이 차분한 사람이라도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현도의 음악은 이렇게 늘 그래왔다.

한 장만을 꼽자면 역시 ‘Force Deux’이다. 작곡도 작곡이지만 라임을 적절히 활용한 랩의 작사는 일정한 수준에 올랐고, 특유의 즐거움에 한층 진지한 멋이 더해졌다.

사운드가 두꺼워졌을 뿐 아니라 자못 대가다운 묵직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진중함 역시 플로어를 달굴 만한 흥분을 머금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천부적인 감각이라는 말밖에는 다른 변명거리가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앨범의 최고작으로 꼽는 ‘굴레를 벗어나’는 역설적으로 듀스의 굴레를 전혀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세련된 형태로 마무리지은 역작이다. 상큼한 브라스 편곡과 육중한 리듬,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이현도와 김성재의 랩에서 듀스를 규정짓는 아주 유니크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는 단순히 춤추기 좋은 댄스곡만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항변하고 있지만(‘반추’), 춤추기 좋은 댄스곡은 누구보다 잘 만든다는 것도 분명히 해둔다(‘이제 웃으면서 일어나’). 심지어는 낭만적인 분위기에서마저도 비범한 감각을 선사한다(‘사랑하는 이에게’).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이제는 흔히 ‘한국 힙합의 원조’라고까지 치켜세워지는 이현도의 음악에 열광한 것은 누구였을까. 흑인 음악, 특히 랩과 힙합을 끼고 살던 어느 마니아? 아니, 아니다. 그냥 너무도 평범한 일반 대중들이었다. 힙합의 힙자도 모르는, 흑인 음악의 흑자도 모르는, 그루브의 그 자는 더더욱 모르는 그냥 평범한 아무개였다. 그들 모두에게 이현도의 음악, 듀스의 3집은 그저 ‘잘 빠지고 흥겨운, 멋지고 간진’ 댄스음악이었던 것이다.

그게 나쁜가? 이 멋진 음반을 두고 ‘잘 빠진 댄스음악’이라니 너무도 모욕적인가? 절대 아니다. 지금도 대중성과 음악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음악성을 좇느라 대중성에 대한 고려를 못했다느니 대중성을 너무 고려해서 음악적으로 퇴보했다느니. 하지만 둘 다 틀렸다. 멀리 갈 필요가 있는가. 10년이 갓 넘은 이현도의 이 음악들이, 듀스의 박력들이 그 답을 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듀스 프로필

[대중음악 100대 명반]35위 듀스 ‘Force Deux’

·결성 : 1992년

·구성원 : 이현도(보컬, 랩) 김성재(보컬, 랩)

·주요 활동

-1993년 1집 ‘Deux: 나를 돌아봐/매일 항상 언제나’

-1993년 2집 ‘DEUXISM: 그대 지금 다시/개성’

-1994년 리믹스 ‘remix-Rythm Light Beat Black’

-1995년 3집 ‘FORCE DEUX: Force Deux/굴레를 벗어나’

-1995년 라이브 ‘Live 199507151617’

-1996년 베스트 ‘Deux Forever’

〈김영대|웹진 음악취향Y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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