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발전소 ‘물살’에 ‘몸살’ 앓는 가로림만

목정민 기자

“친환경” “갯벌파괴” 팽팽… 환경평가 3번 보완 지시

서해안 가로림만이 조력발전소 건설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단체는 갯벌 파괴를 이유로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 반면 시행사 측은 친환경 대체에너지라는 점을 들어 건설을 희망한다. 주민들도 지역발전과 어장파괴를 이유로 각각 찬·반이 나뉘어 있다.

조력발전소가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신재생에너지 중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다. 반면, 갯벌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강하게 제기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어민들이 단체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로림만은 해안 총길이가 100㎞ 이상이지만 입구는 직선으로 2㎞에 불과하다. |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제공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어민들이 단체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로림만은 해안 총길이가 100㎞ 이상이지만 입구는 직선으로 2㎞에 불과하다. |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제공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540㎽급으로 건설되고 나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현재 세계 최대인 시화 조력발전소(254㎽)의 2배 이상 규모다.

조력발전소는 조석간만의 차이를 이용한다. 갯벌에 방조제를 건설한 뒤 밀물 때 물을 가둔다. 이후 썰물 때 물을 흘려보내 낙차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서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세계에서 제일 커 조력발전소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발전소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조력발전소 ‘물살’에 ‘몸살’ 앓는 가로림만

환경부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평가서를 보완하라는 지시를 3번이나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력발전소로 인한 갯벌 파괴가 심각한데다가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의 대체서식지 마련도 난감하고, 평가서상 생태계 변화 예측 부분에서 근거가 허술해 재보완 지시를 내렸다”며 “그간 2번의 재보완 지시에도 보완이 제대로 안됐으므로 조력발전소 승인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환경부가 평가서를 승인하면 바로 건설에 들어간다. 환경부가 조력발전소 건설 여부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조력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바다를 막는 것은 가로림만이 최초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에 건설된 방조제는 길이가 2.0㎞다. 환경영향평가서 어느 부분이 문제일까.

우선 방조제 건설로 인한 퇴적량 예측에 오류가 발견된다. 시공사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갯벌이 현재 1년간 10㎝ 쌓이는 것으로 계산돼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계절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갯벌은 평균 1년에 1㎜ 쌓인다”며 “여름엔 퇴적량이 많고, 겨울에는 침식량이 많지만 평가서 상에는 겨울의 침식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평가서의 과학적 근거 자체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천연기념물 잔점박이물범의 서식지 파괴로 인한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이 부실하고, 피해를 입을 어장의 규모 예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갯벌이 파괴될 것이라는데 있다.

조 교수는 “조력발전소가 건설되고 나면 조류가 드나드는 힘이 약해져 퇴적률이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래갯벌이 펄갯벌로 바뀌는 등 생태계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갯벌의 조성이 바뀌고 나면 미세생물은 물론 어종도 바뀔 우려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 예정 중인 조력발전소는 가로림만 이외에도 인천만, 강화도, 아산만까지 총 4곳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에 대해 건설 허가가 나면 나머지 조력발전소 건설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조력발전소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08년 2.43%에서 2030년 12%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신재생에너지 할당량 제도)을 발표한 뒤 조력발전소가 주목받았다.

조력발전소는 발전규모가 커 한곳에만 건설해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태양광 1단지의 발전 규모는 10㎽, 풍력은 10~30㎽이지만 조력발전소 1기는 최소 250㎽다.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할당량 제도가 조력발전 강행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발전소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의무할당비율을 채우기 위해서는 비록 갯벌을 파괴하더라도 할당수치가 높은 조력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조력발전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률이 현재 법안심사 중이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갯벌은 풍부한 생산력을 지닌 생태계의 보고로 전 지구적 가치가 높다”며 “외국에서는 갯벌 파괴 우려 때문에 조력발전이 중단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상업 발전을 실시하는 조력발전소는 1966년 건설된 프랑스 랑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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