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왔다

박용근 기자

얼굴 없는 노송동 천사가 드디어 찾아왔다. 지난해보다 7일이나 늦어 애를 태운 뒤였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 강재한씨가 천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27일 오후 1시53분쯤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천사 비석 옆을 봐주세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전주시가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옆에는 종이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박스 안에는 5만원권 다발들과 동전이 가득 찬 황금색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모두 5030만4600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천사의 뜻을 담은 편지나 쪽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27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세고 있다. | 연합뉴스

27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세고 있다. | 연합뉴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시작된 것은 2000년 4월부터였다. 당시 노송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졌다. 이렇게 올해까지 13년 동안 14차례에 걸쳐 전달된 성금은 모두 2억9775만720원에 이른다.

천사에 대한 궁금증은 해마다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천사는 스스로를 끝내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성금을 남몰래 동사무소 옆에 놓은 뒤 전화를 걸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그의 선행은 이제 전주시민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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