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란도 | 버지니아 울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는 제목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만으로도 고통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진실을 맞닥뜨리는 고통이다.
판타지 소설 같은 <올란도>를 울프가 썼다는 게 안 믿어지기도 하고 또 그럼직도 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던 꽃소년이 성별을 바꾸면서 300년 동안 사는 이야기다. 남자일 때는 자유 연애에 매혹되는가 하면, 여자로 바뀌어서는 호혜적 차별을 즐기다가 재산 상속권이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여 사랑 없는 결혼까지 하고, 여성의 인격권에 대한 법정 투쟁을 거치고 나서야 자유를 얻는다. 투표권은커녕 상속권도 없고, 작가 대접은커녕 자비 출판까지 해야 하고, 결혼해야 제도권에서 인정받던 시대를 살던 작가는 얼마나 속을 끓였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성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대체 남자는 무엇이고 여자는 무엇이냐? 여성과 남성은 역지사지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가? 남자 속의 아니마, 여자 속의 아니무스를 어떻게 넘나들까? 양성성을 어떻게 껴안을까? 지금도 계속되는 의문이다.
울프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지만 이 소설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영화로 봐도 좋다. <설국열차>에 나오는 틸다 스윈턴이 남성과 여성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올란도를 연기한다. 내친김에 <디 아워스>를 봐도 좋다. 울프를 사로잡았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시대를 넘나들며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내 인생의 책’으로 추천한 5권은 모두 여성 작가의 책이다. 이 여성 작가들은 남자 여자를 넘나들며 올란도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것 같다. 그런데, 남성 작가들은 그런 상상 안 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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