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노태우 장남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확인… 비자금 관련 있나

남지원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조세도피처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도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곳이다. 같은 곳에서 비슷한 행태가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자녀들’이 비자금 은닉 목적으로 조세도피처를 활용한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4일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문건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분석한 뉴스타파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씨는 2012년 5월1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3곳을 설립하고 스스로 주주 겸 이사로 취임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1차 공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1차 공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 곳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했고, 수천개의 회사가 주소지를 두고 있는 모색 폰세카 버진아일랜드 지점 건물이 주소지로 돼 있는 전형적 페이퍼컴퍼니다.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는 그 명의로 수익을 배당받거나 세금을 회피하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용도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3곳의 소유구조를 보면 한 회사의 주주로 다른 회사가 등록돼 있는 등 중층적으로 설계돼 있어 추적을 피하려 한 흔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이나 이사 사퇴 등이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노씨는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중으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규모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날지 관심이 높아지자 남은 비자금을 은닉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노씨가 세 회사의 이사직에서 동시 사퇴한 시점은 전재국씨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보도가 처음 나온 뒤 사흘 만인 2013년 5월24일이었다.

뉴스타파는 또 노씨가 SK그룹과 특수관계로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았던 IT기업 ‘인크로스’의 홍콩 자회사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홍콩 중개회사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며, 노씨의 매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뉴스타파·ICIJ 제공

뉴스타파·ICIJ 제공

뉴스타파·ICIJ 제공

뉴스타파·ICIJ 제공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2628억여원 중 남은 추징금 230억여원은 2013년 동생 노재우씨가 150억원, 장인 신명수 전 회장이 80억원씩 나누어 냈다. 뉴스타파는 “동생과 사돈에게는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주면서 아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로 아버지 비자금 숨기려는 목적이었다면 달성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씨 측은 “중국 사업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뿐이며 사업 진행이 안되어 계좌 개설도 되지 않았다”며 “관계당국에서 필요하다면 해명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세회피나 비자금 등과는 일체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서는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이 모두 195명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기업인 등 공적 보도가치가 있는 한국인을 앞으로 추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국제 공조를 통해 탈세 혐의가 포착되면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혹이 제기된 2013년 세무조사를 통해 1324억원을 추징했다.

노재헌씨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언론인 국제 협업 프로젝트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밝혀졌다. 프로젝트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이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이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전세계 76개국 109개 언론사가 8개월간 공동으로 취재한 끝에 각국 정상 12명과 친인척 61명, 고위 정치인과 관료 128명, 포브스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린 ‘슈퍼리치’ 29명이 역외 탈세와 돈세탁, 검은 돈 은닉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관련기사] 조세회피처 파나마 자료 유출, 시진핑 처남·푸틴 측근·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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