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교육부 공문 확인해야” 농성은 당분간 계속
갈등 해소 국면…“다른 대학도 학위 장사 문제 터질 것”
이화여대가 학내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학생들이 “설립 반대”를 외치며 본관 농성에 돌입한 지 7일 만이다.
이화여대는 3일 오전 긴급 교무회의를 열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 이화여대 측은 “이미 선정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고,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은 백지화됐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학생들이 바로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희 총장은 이날 낮 12시쯤 학생·졸업생들이 농성 중인 본관을 방문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학생들도 약속한 것처럼 점거 농성을 풀고 대화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 당국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 학생처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이번 농성 중 발생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며 “오후 6시까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해산하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업이 철회됐다는 교육부 공문을 확인하기 전까진 농성을 지속할 것이다. 예전에도 학교 측이 ‘만나자’고 해놓고 경찰을 부른 적이 있어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당분간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화여대 졸업생 수천명은 이날 저녁 학교 정문 앞에 모여 학교의 소통 방식을 비판하고 농성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이화여대 학생·졸업생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본관을 점거하며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에 강력 저항해왔다. 당초 이들은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으나, 지난달 30일 경찰 1600명이 캠퍼스에 투입되자 ‘총장 사퇴’로까지 문제가 확대됐다.
이화여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밝히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현재와 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지속된다면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터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등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학 재정을 도구로 대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 동결로 돈이 아쉬운 대학에서는 몇십억원씩 준다는 사업에 획일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대학이 대놓고 하진 않겠지만 결국 학위 장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이화여대에서 문제가 불거졌지만 나머지 대학에서도 수년 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은 “이화여대의 경우 이미 평생교육원이 있어 이 사업에 꼭 나설 필요는 없었지만 재정지원에 맞춰 시작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