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10억엔 법적 성격이 배상금 맞나'...한국정부, 끝내 정보공개 거부

고영득 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전달키로 한 10억엔의 법적 성격을 두고 일본 측과 협의한 내용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31일 “지난 9일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일본 거출금 10억엔의 법적 성격에 대해 협의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외교부가 전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를 사유로 최종 거부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애초 외교부는 지난 22일 동일한 사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대해 송 변호사가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했다.

송 변호사는 “10억엔의 법적 성격이 배상금이냐, 아니냐는 것은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므로 일본에 어떠한 성격의 돈을 받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송 변호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간 협의에서 일본 정부가 민간재단에 기부할 10억엔의 법적 성격에 대해 상호 협의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기재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송 변호사는 “외교부가 그런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비공개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이익 침해 우려를 이유로 거부한 것은 한·일 간 법적 성격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즉시 공개할 것을 외교부에 거듭 촉구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 측이 내놓는 10억엔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배상금이 아닌 정부개발원조(ODA)의 ‘거출금’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국가 배상금은 일본 국가배상법에 따라 규정되며 ‘배상상환 및 환불금’이라는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송 변호사는 “일본이 10억엔을 예비비로 지출할 경우라도 일본 재정법에 따라 예비비의 사용이 필요한 이유를 명료하게 정리한 조서를 작성해 일본 내각 결의에 의해 사용하고 일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일본이 이 국가 문서에 10억엔을 배상금으로 표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2일 한·일 외교장관 전화회담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10억엔을 속히 ‘거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정부 주도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정관에도 해당 10억엔을 거출된 자금이라고 못박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송 변호사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 발표문에 적시된 일본군의 ‘관여’의 의미에 대해 한·일 간에 협의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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