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권한대행,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안팎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이 된 이후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별도의 의전 없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몸을 낮추고 언쟁을 피하는 답변 태도를 유지했지만 “대통령 코스프레를 한다”는 야당의 비판에 언성을 높이는 등 발끈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쯤 국회 본청에 도착해 영접자 없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땐 권한대행 자격이어서 진정구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의 영접을 받았다. 하지만 국회는 황 권한대행이 이날 대정부질문엔 국무총리 자격으로 출석한 것으로 간주해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제공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오후 7시쯤까지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오후 6시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황 권한대행 측은 “국회에서 일찍 나오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조퇴설’을 부인했다.
몸을 낮춰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코스프레’란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황 권한대행은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고건 전 총리와 달리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탄핵 처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 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자,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언성을 높였다. “기름장어(황 권한대행)가 길라임(박 대통령)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부적절한 표현은 국회에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응수했다. ‘과잉 의전’을 요구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의전을 대통령 수준으로 해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정말 유감”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대통령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고 묻자 황 권한대행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채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한 달 전 강원 양구군 중앙시장을 방문했던 사진을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점을 지적하면서 “국무총리실 공식 페이스북에는 없는 사진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적폐 청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인 만큼 신중한 처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초 황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을 두고 신경전도 있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이번 대정부질문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추궁하자 황 권한대행은 몇초간 서류를 뒤적이며 답변에 뜸을 들였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국가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