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도 집필료도 사상 최대···‘박근혜 교과서’의 모든 것

정리|이재덕 기자
교육부가 지난 1월31일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세종특별자치시 교육부 대변인실에서 관계자가 언론에 배포할 국정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교육부가 지난 1월31일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세종특별자치시 교육부 대변인실에서 관계자가 언론에 배포할 국정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월31일 국정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됐다. 나오자마자 오류와 왜곡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부터 지난달 최종본 공개까지 국정교과서 논란들을 경향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발췌해 정리했다.

■현장검토본(2016년 11월28일)의 오류·왜곡

국정 역사교과서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28일. 교과서는 초고본→개고본→현장검토본→최종본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최종본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현장검토본이 대중에 공개됐다. 발표되자마자 내용상 오류가 너무 많아 교과서로 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필진이 졸속으로 교과서를 쓰다보니 내용상 오류가 다수 나왔고, 이들이 만든 초고본과 개고본 등을 그대로 쓸 수가 없어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다시 쓴 수준이 이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정교과서 공개를 앞둔 11월28일 오전 교육부가 기자들에게 중·고등학교 과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사전 배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국정교과서 공개를 앞둔 11월28일 오전 교육부가 기자들에게 중·고등학교 과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사전 배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현장검토본 자체만 놓고봐도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오류가 나왔다. 역사교육연대회의와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는 현장검토본 공개 이틀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라는 점을 떠나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페이지당 1.5건 정도의 오류가 나왔다. 1·2권을 합하면 400~500건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시대 제주도의 탐라국을 일본 땅처럼 그려 문제가 된 건 애교 수준. 근래 연구를 통해 오류가 수정됐거나, 최근 학회에선 쓰이지 않는 과거 사료가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가 아니라 순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됐으나 <한국사>에는 청동기라고 기재됐고,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었다. <한국사>엔 1919년 통합 임시정부에서의 안창호의 직책을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도 문항 일부가 잘못 표기돼있었다.

한국사의 현대사 부분은 특히 오류가 많다. 국내 현대사 박사 1호인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현장검토본 <한국사> 244쪽(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 민주주의의 시련)~269쪽(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정교과서는 김구와 김규식이 남북요인회담을 제의하자 김일성이 수락했다고 썼는데 김일성은 회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고 평양방송을 통해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또 김구와 김규식이 연석회의에 참석했다고 기술했는데 김구는 연석회의에서 인사만 했고, 김규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석회의에서 “외국군대 철수” 등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고 썼는데 외국군대 철수 선언문은 다른 회담에서 나왔다.

농지개혁 기술도 오류투성이다. 이승만 정부에서 농지를 분배받은 농민은 매년 생산물의 25%씩 5년 동안 상환하면 처분권과 상속권을 포함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썼는데, 국회프락치사건 발생으로 1950년 통과된 개정안에 따라 30%가 적용됐다. 5·16 혁명공약도 5곳이나 잘못 인용했다. 유신헌법은 교묘하게 왜곡했다. 명목상으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및 노동 3권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썼으나, 유신헌법 18조의 기본권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즉 법률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국정교과서 ‘현대사’ 수준 너무 떨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을 때 “‘박근혜의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사학자들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했다. 국정교과서 뉴라이트의 ‘건국절 사관’을 그대로 담고, 박정희 정권과 재벌을 미화하는 부분이 크게 늘었다. 박정희는 23회나 언급됐고, 경제개발계획 성과를 강조했으며 독재 등 ‘과오’는 계속되는 안보위기 때문인 것으로 미화했다

[관련기사]▶박정희 미화·뉴라이트 집필진‥우려 확인시킨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누구?

도대체 집필진이 누구였길래 이런 엉터리 교과서를 만들었을까. 집필진 명단은 국정교과서 추진 시점부터 비공개였다가 현장검토본이 발표되면서 언론에 공개됐다. 직업별로 보면 대학교수가 24명, 현직 중·고교 교사가 7명. 현대 부분을 집필한 김명섭 연세대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 세계사 부분에 참여한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뉴라이트) 멤버들이다. 북한 전문가인 유호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대 부분에 참여했는데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과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대사 집필진 중에는 현대사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교수도 집필진 명단에 있어 논란이 됐다.

[관련기사]▶뉴라이트 학자 대거 참여···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31명 명

이런 교과서를 내놓은 집필진들은 교과서 제작 사상 최대 집필료를 챙기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실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31명은 ‘집필료’나 ‘원고료’ 대신 ‘연구비’ 명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31명은 <중학교 역사1>, <중학교 역사2>, <고등학교 한국사> 등 3팀으로 나뉘었고, 각 팀별로 집필진 대표, 책임연구원, 연구원 등 세 등급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지급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실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31명은 ‘집필료’나 ‘원고료’ 대신 ‘연구비’ 명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31명은 <중학교 역사1>, <중학교 역사2>, <고등학교 한국사> 등 3팀으로 나뉘었고, 각 팀별로 집필진 대표, 책임연구원, 연구원 등 세 등급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지급받았다. 가장 높은 연구비를 받은 것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중학교 역사1 집필진 대표)와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중학교 역사 2 집필진 대표),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 대표)로 3657만4020원씩을 받기로 계약했다. 책임연구원들은 3021만3320원씩, 연구원들은 2011만8840원~2560만5800원씩 받기로 계약했다.

293쪽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집필진이 10명인데 단순히 나누면 한명 당 29쪽을 집필한다. 이 경우 고교 한국사를 대표집필한 박용운 교수는 한쪽에 126만원이 넘는 돈을 받는 셈이다. 중학교 역사2팀은 9명이고 총 163쪽이다. 1인당 18쪽씩 집필했다고 계산했을 경우 대표 집필자인 이주영 교수의 경우 한쪽에 203만1890원을 받는다.

[관련기사]▶국정 역사교과서 한 쪽당 243만원…사상 최대 집필료 챙겼다

■최종본(2017년1월31일)에서도 무더기 오류

1월31일 세종특별자치시 교육부 대변인실에서 관계자가 언론에 배포할 국정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1월31일 세종특별자치시 교육부 대변인실에서 관계자가 언론에 배포할 국정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2017년 1월31일 교육부는 오류 일부를 수정한 최종본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에서 나온 명백한 오류를 수정하고, 친일파와 제주 4·3사건에 관한 일부 설명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비판을 받은 박정희시대 서술 기조는 유지했다. ‘건국절 사관’을 반영한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기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최종본을 공개한 당일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의 오류 760건(중학 역사 310건, 고교 한국사 450건)을 최종본에서 수정·보완했다"고 밝혔다. 하짐나 일주일 뒤인 2월7일 민족문제연구소가 고교 <한국사>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 수정개수는 450건이 아니라, 1072건이었다. 고교 <한국사> 162~296쪽(근현대사 부분)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것 외에 312건이 더 수정된 것이다. 수백건의 오류로 망신을 당한 교육부가 일부러 오류를 줄여서 밝혔거나 오류 개수도 '오류'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정리뉴스]오류도 집필료도 사상 최대···‘박근혜 교과서’의 모든 것

[관련기사]▶[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확정]탄핵 심판대서 또…‘박근혜 정책 알박기’

[관련기사]▶"오류 760건 수정·보완했다던 국정교과서 최종본, 실제론 1072건 바꿔"

최종본 역시 사실 관계가 틀린 기술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오류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역사1> <역사2>를 제외하고 <한국사>에서 발견된 오류만 653개로 나왔다고 밝혔다. 연대회의가 공개한 오류 일부를 소개한다.

[정리뉴스]오류도 집필료도 사상 최대···‘박근혜 교과서’의 모든 것

고교 <한국사> 최종본 18쪽에는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신석기문화는 시베리아의 북방 신석기 문화와 관계가 깊다. 특히 빗살무늬토기는 북방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토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서술됐다. 연대회의는 “일제 관변학자들에 의해 주장되고 한국고고학 초창기 시절에나 통용되던 말”이라며 “이미 30년 전에 부정된 학설이고 이렇게 인식하는 학자는 현재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80쪽 “후삼국 통일 이후 태조는 조세 감면을 실시했다”는 내용도 “태조가 조세 감면을 한 것은 건국(918년) 직후부터였기 때문에 틀린 기술”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하면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시정부의 활동도 틀리게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12쪽에는 “임시정부는 김규식을 전권대사로 임명하고 파리 위원부를 설치해 임시정부의 승인과 한국의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전개하도록 했다”고 썼다. 그러나 “김규식이 임시정부 전권대사로 임명됐다는 자료는 없고 김규식은 외무총장으로 임명됐으며 파리위원부를 주재하는 파리대표위원이었다. 김규식이 임시정부 승인을 위해 활동했다는 자료가 없기에 이에 대한 서술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역사교육연대회의 주장이다.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 218쪽. 민립 대학 설립운동과 도산 안창호의 글을 연계해 소개했으나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안창호의 글은 민립 대학 설립운동이 일어나기 전 쓰여졌으며 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 218쪽. 민립 대학 설립운동과 도산 안창호의 글을 연계해 소개했으나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안창호의 글은 민립 대학 설립운동이 일어나기 전 쓰여졌으며 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 218쪽. 민립 대학 설립운동과 도산 안창호의 글을 연계해 소개했으나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안창호의 글은 민립 대학 설립운동이 일어나기 전 쓰여졌으며 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항일운동 관련 기술도 틀렸다. 1929년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소개하며 222쪽에 “여기에는 학생 비밀 결사인 성진회 등 광주지역의 학생 운동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썼다. 연대회의는 “성진회는 1926년 조직됐다가 곧 자진해산됐고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주도한 것은 성진회의 후계조직인 독서회”라고 밝혔다. 218쪽에서 ‘민립 대학 설립운동’ 과 관련해 소개한 도산 안창호의 글도 이 운동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연대회의는 “글 자체가 민립 대학 설립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21년에 쓴 것인데 이 글을 민립 대학 설립운동의 일환으로 쓴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옹호 기술도 지적됐다. 261쪽에는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이 병사하자 이승만은 단독후보로 당선이 확실시 됐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유고시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공권력을 동원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기술됐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3·15 부정선거에서 이승만의 책임을 면제시키고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이승만은 조병옥 후보가 병사하기 전 최인규를 내무장관에 임명한 뒤 6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토록 지시했고, 12월에 조기선거 담화를 발표해 최인규가 3월 15일 선거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만은 이 선거를 총지휘했다”며 “이승만은 1956년 선거에서의 치욕을 씻기 위해 국민이 절대적으로 자신을 지지한다는 득표를 원했고 그것이 개표에서 89% (이기붕은 79%)로 발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국정교과서의 ‘빨간펜’ 역할을 거부하며 이중 29건만 공개했는데 국편은 이중 7건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틀린 지적이거나 과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구 호산고의 강태원 교사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 최종본의 사진 중 광복군 사진이 좌우가 바뀌어 실려있거나 원 사료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전기 지방제도를 설명하면서 조선 후기 지방제도가 그려진 지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편은 국정교과서에 광복군 사진이 좌우가 바뀌어 실린 것을 인정하고 수정하기로 했다. 조선 후기 지방제도 지도를 넣은 것에 대해서는 “조선 전기와 후기를 각각 그리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고려했고 기존 검정 교과서 등을 참조해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 최종본 241쪽에 실린 광복군 사진으로 원본과 좌우가 바뀌었다.

<한국사> 최종본 241쪽에 실린 광복군 사진으로 원본과 좌우가 바뀌었다.

(위 사진)광복군 사진 원본이 실린 장준하의 <돌베개>. (아래 사진)광복군 사진 원본이 실린 김준엽의 <장정>.

(위 사진)광복군 사진 원본이 실린 장준하의 <돌베개>. (아래 사진)광복군 사진 원본이 실린 김준엽의 <장정>.

중학교 <역사1> 178쪽에 실린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영정도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본은 ‘이익과 성호사설’이라는 제목으로 영정을 실었고, 출처에 ‘성호기념관’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성호기념관 김규원 학예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영정은 목재 이삼환이고 기념관에서 영정을 제공한 적도 없다”면서 “황당한 상황이며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편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교과서 최종본 중학교 <역사1>에 178쪽에 ‘이익과 성호사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영정. 성호기념관은 “이 영정은 성호 이익이 아니라 손자인 목재 이삼환”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교과서 최종본 중학교 <역사1>에 178쪽에 ‘이익과 성호사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영정. 성호기념관은 “이 영정은 성호 이익이 아니라 손자인 목재 이삼환”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국정교과서 최종본 ‘한국사’ 한 권에서만 오류 653개 발견”
[관련기사]▶[단독]국정교과서 최종본, 지도·삽화도 오류투성이
[관련기사]▶[단독]국정교과서 광복군 사진 오류 인정, 3월 이후 오류는 수정대조표 보내면 된다?

국정 역사교과서 고교<한국사> 최종본 208쪽에 ‘안창호와 대한인 국민회’라는 제목으로 실린 사진

국정 역사교과서 고교<한국사> 최종본 208쪽에 ‘안창호와 대한인 국민회’라는 제목으로 실린 사진

최종본은 현장검토본에서 잘못 설명했던 안창호의 직함을 수정했지만, 또 다시 안창호에 대한 서술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고교 <한국사> 최종본 208쪽은 ‘안창호와 대한인 국민회’라는 제목의 사진과 함께 “안창호(앞줄 가운데)는 1912년 샌프란시스코에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를 설치하고, 초대 회장으로 취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라는 사진설명을 기재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안창호가 1915년 하와이 지방총회를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며, 중앙총회 초대 회장은 안창호가 아니라 윤병구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학교 <역사>교과서 최종본를 분석한 결과, 국정교과서는 '편찬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편찬기준은 국정 교과서의 서술방식과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예컨대 중학교 <역사>에서 '남북 통일'과 관련된 편찬기준은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과제 및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심리적 이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통합방안 등을 모색하도록 서술(편찬방향)"하도록 하고, "남북 분단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생각해보고,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서술(편찬 유의점)"하라고 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평화통일' 관련 소단원에서 발생한 사건 위주로 사실관계를 나열하는 데 그쳤으며, 평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외 3·1운동이나,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 사건 서술의 경우에도 관련 편찬기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거나, 다른 내용이 기술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과 비슷한 '집필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검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관련기사]▶국정교과서 '편찬기준'도 제대로 안 지켰다

■부실심사

교과서를 만들 때는 이런 오류나 왜곡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있다. 편찬심의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들은 교과서가 제대로 쓰였는지 검토하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과용도서(교과서) 심의는 1차 서면심의(2016년 7월11~24일)와 출석심의(2016년 7월29일)를 시작으로 4차례 이뤄졌다. 마지막 4차 심의는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 수렴(지난해 12월23일까지)을 마치고 올해 1월5~14일 서면심의를 벌인 뒤 지난 15일 최종 출석심의를 했다. 하지만 오류가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부실 심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편찬심의위원들은 기존 교과서를 ‘좌편향’이라 공격하고, ‘국가관’을 강조해온 인사들로 채워졌다.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예상대로 그동안 ‘뉴라이트’ 세력들이 모인 교과서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 인사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심의위원장을 맡은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은 한국현대사학회 고문,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상임이사,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연구위원장,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회장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편집위원장 겸 교과서위원장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였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이성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학사 지지성명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이기동 원장은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주4·3사건 비하 등 문제 발언으로 해임 논란까지 일었으며, 비공개였던 국정교과서 내용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심의위원으로 확인됐다. 학부모 위원으로 참여한 이철문씨는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정대협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했으며, 김동순씨는 보수단체인 ‘교과서분석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관련기사]▶역사국정화 적극 찬성한 이기동 원장…한중연 “역사관 뚜렷” 만장일치 선임
[관련기사]▶[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확정]제주 4·3사건 비하, 정대협 규탄 전력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편찬심의위원에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편찬심의회 수당 지급 내역’에 따르면 16명의 심의위원들은 2015년 12월 2차례의 편찬기준 심의와 2016년 7월부터 4차례의 교과용도서 심의 수당으로 1인당 400만원 안팎의 심의수당을 받았다.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위원장), 허동현 경희대 교수 등 6명이 430만원으로 가장 많은 수당을 받았다. 이어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415만원을 받았다. 심의위원 5명은 중도 사퇴 이후 수당 지급이 중단됐다.


[관련기사]▶‘부실 논란’ 국정 역사교과서, 1회 심의 수당으로 95만원···총 5465만원 챙겼다

■국정교과서 가르치는 연구학교

국정 교과서는 어느 학교에서 사용하게 될까.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가르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올해 3월부터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란 새로운 교육정책을 일선 학교에서 시행하기 전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정된 학교다. 교육부는 2017년 1월10일 ‘역사교육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12일 시·도교육청에 발송했다. 연구학교 신청 대상은 2017학년도 중학교 1학년 역사와 고등학교 1학년 한국사 과목을 편성한 학교다. 교육부령에 따르면 교육부가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하면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은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국정교과서의 ‘불법성과 반교육적 내용’이 연구학교 지정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각 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이 와도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무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일(2017년2월6일) 울산의 삼남중학교와 충북 청주의 국립 한국교원대 부설고등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교과서 반대 방침을 밝힌 13개 교육청과는 달리, 울산교육청은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교육부의 연구학교 규칙을 보면 “국립학교는 교육감 지정에 관계없이 상설 연구학교가 된다”고 돼 있어 국립학교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국정교과서 채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견된 울산지역 학교와 국립학교에서 연구학교 신청 거부 사례가 나온 것은 교육부에 뼈아픈 대목이다.

울산 삼남중 교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면을 검토했으며 꼭 (국정교과서) 오류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충북 청주의 국립 한국교원대 부설고등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내용을 공문으로 작성해 6일 오전 교육부에 보냈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연구학교 신청안은 부결됐다”며 “현재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와 논란을 다 고려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국립고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거부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교과서

시사IN’이 보도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 시사IN 제공

시사IN’이 보도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 시사IN 제공

국정교과서는 시작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교과서’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시사IN’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16년 10월8일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고 관리할 것인지 총 15가지 항목에 걸쳐 꼼꼼하게 지시했다.

‘편찬과정 관리 부실 점검’, ‘연구진 43명 개인 입장 관철 위해 중요 자료 유출 가능성 차단’, ‘외부 인쇄과정 관리’, ‘오탈자 근절’, ‘교과서 임시정부 법통 계승-광복 이후 수립과정, 6·25전쟁, 이·박 대통령 평가, 북한 정권’ 등 집필과정 관리부터 교과서 내용까지 주문했다. 이어 ‘국정화저지네트워크 민중총궐기 대비’ ‘학부모 설득’ ‘전교조 12월 초 선거, 과잉진압 유도’ ‘교과서 쟁점 사항 대응논리 개발’ ‘교학사 사례 사소한 실수 방지. 비판세력 빈틈없이 관리’ ‘언론, 유력인사 사전준비’ 등 국정화 반대 여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지시한 내용도 보인다.

2015년 서별관회의에서 교과서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기록됐다. ‘시사IN’은 ‘10-20-15 서별관회의-교과서’ 메모에 ‘1. 집필진: 근현대사. 가능한 list-up: 성향 분석 2. 홍보 3. ①시민단체(우파) ②새누리당 ③원로 학계, 고대사 신형식 이대 명예교수, 고려사 고혜경’이라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안종범 수첩에 ‘박 대통령 국정교과서 지침 15가지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