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트럼프’ 메시지 담은 다섯가지 슈퍼볼 광고

주영재 기자

잘 만든 슈퍼볼(Super Bowl) TV광고는 경기 자체만큼이나 화제에 오른다. 올해에는 모슬렘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띤 광고들이 주목을 받았다. “우리는 받아들인다”(#WeAccep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미국의 다인종·다문화를 부각시킨 에어비앤비의 광고는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에어비앤비는 광고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을 열면 모든 미국인을 단결시킬 수 있지만 문을 닫으면 미국을 더 분열시킨다”라며 “(모슬렘) 국가들이나 난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걸 허용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이 조치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향후 4년간 전 세계 난민을 위해 400백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유투브 캡쳐

유투브 캡쳐

창립자의 이민 역사를 광고에 담은 버드와이저의 광고도 눈길을 끌었다. 버드와이저 광고는 AP통신이 꼽은 슈퍼볼 광고의 승자 중 하나이다. 버드와이저의 광고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논란이 되기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와이저 브랜드를 소유한 미국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는 이 광고가 반트럼프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과는 달리 트럼프 지지자들은 버드와이저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언론인 CBC뉴스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버드와이저가 광고에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버드와이저는 이론적으로 볼 때 (정치적) 양극화와는 관련이 없는 브랜드”(마케팅 전문가 스콧 스트래튼)이기 때문이다. 반트럼프 입장을 보인 슈퍼볼 광고에는 이 외에도 코카콜라와 건축 자재업체 84럼버 등이 있다. 버드와이저의 광고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편견의 벽마저 넘겨버린 ‘슈퍼볼’

■“집으로 돌아가라” 박대받은 버드와이저 창업자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광고에 독일계 이민자인 아돌푸스 부시 버드와이저 공동창업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시가 1857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또다른 공동창업자 에버하르트 안호이저와 만나는 과정을 6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 광고에는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한 부시가 현지인들로부터 “집으로 돌아가라”는 박대받는 장면도 담겼다. 이 광고는 ‘그 무엇도 당신의 꿈을 가로막지 않을 때 이 맥주를 마신다’(When nothing stops your dream, this is the beer we drink)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우리는 받아들인다”(#WeAccept)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고 섬기든, 우리는 모두 하나이다.” 에어비앤비는 서로 다른 인종과 성별, 연령의 인물을 등장시켜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답다”고 포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함께하는 것은 아름답다”

코카콜라는 2014년 슈퍼볼 광고를 재활용했다. 이 광고에는 히스패닉, 흑인, 히잡을 쓴 여성 등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등장한다. 배경음악으로 7개국 언어로 이어 부르는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이 깔렸다. 다만 3년 전 광고의 마지막 문구였던 “미국은 아름답다”는 “함께하는 것은 아름답다”로 바뀌었다. 3년전과 같은 광고이긴 하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이 논란이 된 시기에 이 광고를 재활용한 것은 용기있는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성공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의 건축 자재업체 84럼버는 이번 슈퍼볼 광고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이 광고는 또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려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광고에는 멕시코인 모녀가 험난한 여정 끝에 국경선에 도착하지만 그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장벽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찢겨진 성조기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녀는 곧 한줄기 빛이 새어나오는 거대한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열고 미국으로 들어간다. 광고는 “이곳은 성공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84럼버는 폭스의 요구를 수용해 결말 부분이 잘리긴 했지만 이 회사는 자사의 웹사이트와 유투브에서 이 광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의 반환경 정책 꼬집은 기아차

기아자동차의 슈퍼볼 광고 ‘영웅의 여정’은 유명 코미디 배우 멀리사 매카시가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차량 니로를 타고 남극과 초원을 누비며 고래 보호 등 ‘환경 투사’로서 생태 보존 활동을 벌이는 모험을 담았다. ‘지구를 보호하자’는 심각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간지 USA 투데이의 슈퍼볼 광고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친환경’을 내세운 기아차의 광고는 트럼프 정부가 키스톤XL 송유관 공사, 다코타 초대형 송유관 사업 등을 허가하는 등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더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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