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권리금 폭탄 돌리기”뜨는 ‘망리단길’의 한숨

최미랑·허진무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 “와사삭”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젊은 연인이 튀김빵을 나눠 먹고 있다. 요즘 ‘뜨는 동네’ 망원동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인 ‘고로케’(크로켓)다. 벽면에는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 출연 내역이 빼곡히 붙어 있다.

망원동 포은로 일대는 최근 2년 새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인근의 홍익대·합정동·상수동 지역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젊은 자영업자들이 이곳에 잇따라 가게를 열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주택가 곳곳에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붐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에서는 이 지역을 개성 있고 예쁜 음식점과 상점들이 가득 찬 이태원 경리단길에 빗대어 ‘망리단길’로 부르고 있다.

겉보기엔 활기차다. 하지만 상인들의 얼굴엔 그늘이 짙어진다. “망원동은 속으로 곪아가고 있어요 지금. 언제 터질지 몰라요.” 15년 전 망원동에 정착한 ㄱ부동산중개업소 주인 내외는 ‘호황’ 얘기를 꺼내자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젊은이들이 와서 동네를 완전히 망쳐놨어요. 건물주들이 기대감만 높아져서 집세를 막 올리려 해요. 얼마 못 가 권리금 폭탄 돌리기가 시작될 거예요.” 격앙된 목소리에서는 세대갈등의 조짐마저 보였다.

오랫동안 정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세탁소, 사진관, 지물포 등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그 자리엔 여지없이 뜨내기 방문객을 위한 가게가 생긴다. 망원시장 점포도 급속히 즉석먹거리 위주로 쏠리고 있다. 생활용품을 팔던 자리엔 지난달 즉석호떡 가게가 들어섰다.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ㄴ씨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동네를 뜨거나 업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상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건물주가 월세를 한 번에 1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커피집만 남으면 누가 망원동에 오겠어요.” 7년째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ㄷ씨는 내년쯤 망원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ㄷ씨 가게 건물주도 지난해 월세를 35% 올렸다. “길게 가면 4년 봅니다. 동네는 점점 특색이 없어지고 주민과 자영업자는 다 죽어나고요.”

기획 부동산 업자들이 건물주들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1층을 카페로 바꾸면 월 200만원씩은 더 받게 해주겠다’며 기존 상인을 내쫓을 것을 건물주에게 종용한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이 망원동을 휩쓸고 있다.

망원동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은 이번 대선이 생존권을 지켜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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