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달군 유나이티드항공 파문

심진용 기자

‘오버부킹(초과예약)’을 이유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을 둘러싼 파문이 멈추지 않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자원자 없다” 승객 질질 끌어낸 항공사
9일 오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출발해 켄터키주 루이빌로 향하려던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3441편에서 한 남자 승객이 공항 경찰에 붙잡혀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항공사의 오랜 관행인 오버부킹 탓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승무원이 앉을 자리를 확보해야했던 항공사는 다른 여객기 탑승권과 호텔 숙박권을 내걸고 여객기에서 내려 줄 자원자를 받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항공사가 내릴 승객 4명을 무작위로 지목했다. 3명은 요구에 응했지만 1명은 응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공항 경찰에게 요청해 그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바닥에 누운 채 질질 끌려간 승객은 안경이 반쯤 벗겨지고 셔츠는 말려 올라갔다. 피도 나왔다.

유나이티드항공, 뒤늦게 도착한 승무원 태우려고 승객 끌어내려

[카드뉴스] 승객을 짐짝처럼 끌어내린 항공사

■분노한 세계… 하루 만에 3000억 증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피해자가 69세 화교 의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사고 상황이 이미 널리 퍼진 뒤였다. 온 중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중국 관영 CCTV는 웨이보 계정에서 사건 관련 소식을 전하며 “야만”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계 유학생은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사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는 ‘중국인의 생명도 중요하다(ChineseLivesMatter)’라는 제목을 붙였다.

미 여객기서 끌려나간 화교 승객 영상에 중국 누리꾼들 "항공사 보이콧"

성의 없는 사과로 화를 키웠던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가 사건 이틀 만인 11일 공개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뉴욕 증시에서 11일 하루에만 유나이티드항공 시가총액 2억5500만달러(약 3000억원)가 줄었다.

피해 승객은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로 밝혀졌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다오. 켄터키주 루이빌 인근 작은 도시 엘리자베스타운에서 일하는 내과 의사였다.

(관련기사:아시아계 승객 강제로 끌어낸 유나이티드항공, 하루 새 3000억원 날려)

■“의사로 타서 환자로 내렸네” 줄이은 조롱과 비난
“함께 날아가자(Let‘s Fly Together)”. 유나이티드항공의 슬로건이다. 강제로 승객을 끌어내린 항공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 네티즌들이 나섰다. “의사로 타서 환자로 내린다” “자리가 부족한가요? 맞을 준비 하세요” “앉히고(seat) 때린다(beat)” 소셜미디어에서 기발한 새 슬로건들이 줄을 이었다. 한 친절한 네티즌은 경쟁 항공사를 위한 슬로건까지 만들었다. “우리는 경쟁사를 두들깁니다(beat). 당신은 아닙니다.”

무노즈 CEO는 공교롭게도 지난달 경제지 PR위크가 꼽은 ‘올해의 소통왕’이었다. 경제매체들은 이를 거론하며 “직원들과 회사 비전을 공유하는 경영자라더니 사실이었다”고 꼬집었다.

11일 올라온 백악관 청원은 10만명 서명 목표를 훌쩍 초과해 하루 동안에만 16만명을 넘었다.

백악관도 "우려"...유나이티드항공 파문 일파만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다
늑장대처. 성의 없는 사과. 책임전가. 유나이티드항공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은’ 기업들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 도요타나 1989년 엑손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었지만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제라도 1982년 존슨앤드존슨이나 2007년 제트블루 사례를 모범 삼는 게 좋을 것이다.

1200만대 리콜…70억달러 수습 비용…소비자 대응 잘못한 기업들

■유나이티드항공 앞에 나타난 ‘10억 달러의 사나이’
피해 승객 데이비드 다오는 소송을 위해 거물 변호사 토마스 데메트리오를 고용했다. 30여년 전 로펌을 설립해 지금까지 원고들에게 받아내준 배상금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항공사고는 특히 전공분야다. 법률지 로드래곤은 “항공재난 희생자 가족들에게 데메트리오보다 나은 지원군은 없다”고 그를 소개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이제 더 긴장해야 한다. 화려한 이력의 거물 변호사를 맞아 힘겨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 처지다.

'10억 달러의 변호사' 상대하게 된 유나이티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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