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발 롱패딩 열풍…고가품 덩달아 들썩

조형국·노정연 기자

입소문 타고 ‘평창 롱패딩’ 재판매도 매진

50만원 안팎 브랜드도 수요 늘어

‘야상형’ 다운재킷은 재고 고민

<b>백화점 앞 대기 행렬</b>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이 평창 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린 1000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백화점 앞 대기 행렬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이 평창 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린 1000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고객님, 이건 없어서 못 팔아요. 옷이 너무 잘 나왔어. 롱패딩은 자녀분 사드리면 무조건 좋아해요.”

지난 21일 서울 구로구 AK플라자 1층 할인행사 진행 코너에서 롱패딩을 구경하는 한 여성에게 점원이 말을 붙였다. 정가 49만9000원짜리 롱패딩을 할인가 39만2000원에 팔고 있었다. 길이가 짧은 패딩은 할인폭이 더 컸다. 61만원짜리가 21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영캐주얼 매장에 놓인 할인행사 가판대에는 오리털이 들어갔다는 7만9000원짜리 롱패딩도 있었다.

‘넘사벽’도 있었다. 가산디지털단지 현대아울렛에서 39만원짜리 노스페이스 롱패딩을 만지작거리던 한 여성은 딸이 옆에 있던 흰색 롱패딩을 가리키자 “그런 거 만지지 마”라고 했다. 흰색 롱패딩 가격은 99만원이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원하는 브랜드 인기 모델은 예약 주문을 받고 12월 중순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롱패딩 열풍은 평창 올림픽을 맞아 출시된 ‘평창 롱패딩’ 인기로 정점을 찍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이른바 ‘가성비’ 입소문을 탄 평창 롱패딩은 22일 롯데백화점이 3000장 재판매를 개시하기도 전에 매진됐다. 지난 18일 800장이 개점 15분 만에 품절된 데 이은 ‘초고속 완판’이었다.

14만원대의 평창올림픽 구스롱다운점퍼

14만원대의 평창올림픽 구스롱다운점퍼

이날 재고분 판매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4곳에서 이뤄졌는데 일부 고객은 오전 9시부터 나눠주는 순번표를 받기 위해 전날 저녁 7시부터 줄을 섰다. 아웃도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이 14만9000원인데, 사실 그 가격에 내놓기가 어렵다. 한정판매이긴 해도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측면이 있다. 특정 업체 마케팅에 농락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창 롱패딩의 뛰어난 가성비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지난 20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50분 만에 롱패딩 1만9000장이 팔렸다. 남자 블랙 110 사이즈는 방송 시작 30분 만에 매진됐고, 모바일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될 뻔했다. 인터넷에서는 ‘롱패딩 브랜드별 가격정리.jpg’라는 제목의 글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등골 브레이커의 재림’ ‘내 돈 주고 사 입는데 뭔 상관’ 사이 언쟁도 이어지고 있다.

원래 운동선수와 감독이 경기장 벤치에서 착용하는 ‘벤치파카’인 롱패딩은 지난해 겨울 연예인들이 즐겨 입으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중·고생과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열풍을 이끌고 있다. 중·고생 사이에서는 ‘요즘 짧은 패딩 입으면 아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2년 전까지는 야상형 다운재킷이 대세였는데, 일부 스포츠 브랜드가 1000~1500장씩 소량으로 제작한 롱패딩이 완판을 기록했다. 가격은 50만원 안팎으로 고가였다.

지난해 시작된 인기를 확인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올해 롱패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밀레·네파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20만원대 초중반의 제품으로 여름 할인행사를 벌였다. 업체들은 목표치를 훌쩍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열기를 재차 확인했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원가 절감, 생산공정 마진 감축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일부 고가 제품을 제외하고, 올겨울 대부분 롱패딩 제품 가격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20만원대 중반~30만원대 초반에서 책정됐다.

롱패딩 인기는 아웃도어 업계에 희소식이지만 한편에서는 고민거리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던 야상형 다운재킷이 롱패딩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미 재고를 쌓아둔 의류업체들은 찾는 이가 뜸한 야상형 다운재킷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상형 다운재킷은 대부분 방수기능이 있고, 충전재도 많이 넣기 때문에 롱패딩에 비해 30%가량 원가가 더 든다. 할인행사로 재고를 처분하면 브랜드 신뢰도에 흠결이 생길 뿐만 아니라, 롱패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벌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시장에서 고객의 수요가 어디로 갈지는 미리 알 수도 막을 수도 없다”며 “각 업체가 기존 제품을 언제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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