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꼬이고 막히기 마련…그래도 ‘더 나은 삶’ 가깝다면 도전을

김보미 기자 김창길 기자

창업 고민하는 법

‘이달까지만 일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저 내일부터 안 나오겠습니다.’

회사 앞에 ‘이 놈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또다시 마음에 품고 있던 아이템을 꺼내 본다. 이름도 거창한 내 사업. 혼자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수십번 문을 열고 닫은 가게. ‘상상 창업’이다. 그 원대한 계획의 시작은 시원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장면이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창업에 대해 고민하는 법’을 주제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지식창업협회 최석민 코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왜 창업 을 하려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퇴직 이후에 대한 걱정 등을 이야기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창업에 대해 고민하는 법’을 주제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지식창업협회 최석민 코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왜 창업 을 하려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퇴직 이후에 대한 걱정 등을 이야기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의 카페 ‘오카 키오스크(OKA Kiosk)’에서 열린 4월 인생수업. 지식창업협회 최석민 코치는 참석자들에게 “여러분들을 대표님이라 부르겠다”고 했다. 수업의 제목대로 ‘창업에 대해 고민하는 법’을 들으러 모인 이들이 가장 듣고 싶은 호칭이 아니었을까. 한마음으로 참석한 사람들에게 코치는 물었다. “왜 창업을 하려고 하세요?”

“현실적으로 회사는 다닐 수 있는 나이가 한정돼 있잖아요. 절박감이 있죠.” “정말 해보고 싶었던 걸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하고 싶어요.” “지금이 불안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동료에게, 상사에게 혹시나 ‘내 마음이 들킬까’ 걱정하며 상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 마음껏 ‘사장님’이 되어보려는 찰나, 고민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런데 이 아이템, 먹힐까. 대박 아니 중박이라도 칠까. 현실적으로 가능이나 한 것인가. 난 진짜 준비가 돼 있는 것인가.’ 다시 최 코치가 묻는다. “그럼 창업에서 최우선순위는 무엇일까요?”

시장성. 전문성. 차별성. 충분한 자본. 잠재된 고객층. 나의 관심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의 흥미까지 끌 만한 매력…. 많은 답변이 나왔다. 하나를 꼽을 수 없다. 번뇌가 시작됐다. “이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세요.” 한 참석자가 “나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감 넘치게 답변했다. 솔깃해졌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여러분들의 의견에는 공통된 한계가 있어요. 각자 뽑은 창업의 핵심, 그걸 지금 당장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는 겁니다.”

전문성과 차별성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돈이면 충분한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좋아할지는 어떻게 예측할까. 나는 싫어해도 시장에선 통할 수 있다. 그럼 그건 또 어떻게 알아낼까. 잠재적 고객이 있는지, 일단 시작하면 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는 미리 알아야 뛰어들 것 아닌가.

그렇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창업 고민의 ‘무한 루프’에 빠져들고 만다. 결국 ‘사업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어. 나는 아니야. 난 그저 회사인간일 뿐’이라며 단념해버리고 말았다.

“알아내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실행해보는 것이죠. 해보지 않으면 고민은 계속될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벌써 창업하지 않았을까. 빵집도 문방구도 대기업, 엄청난 전문가들과 경쟁한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과의 경쟁이다. 물건 하나도 샅샅이 검색한 뒤 외국이 더 싸면 직구로 사는 게 현실이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가게, 만들려는 상품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은 매우 좁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지 않으면 이 또한 어떨지 알 수가 없죠.”

최석민 코치는 자신이 해온 수 많은 시행착오에서 그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처음 받아들고 가슴이 뜨거워졌던 대기업 사원증을 4년 만에 반납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건실해 보이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았던 회사. ‘더 가라앉기 전에 떠나자’며 퇴사했지만 회사를 나와 알게 된 또 한 가지.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에서 빠져나오면 차디찬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돼 살아남을 가능성은 너무 낮다. 10년간 다섯 가지의 사업을 해봤다.

지난 17일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지식창업협회 최석민 코치는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며 반복되는 고민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7일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지식창업협회 최석민 코치는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며 반복되는 고민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김창길 기자

그는 다섯 번의 아픈 경험에서 발견한 방법 하나를 공유했다. 창업하기 전에 고민을 증명할 수 있는 법. 경쟁이 글로벌화된 만큼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따끈한 지식, 아이디어도 바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수많은 강의들이 올라와 있는 ‘무크(Mooc)’ ‘유데미(udemy)’ 등을 통해 내 방에서 미국, 유럽 사람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다. 등록만 하면 e메일로 소식도 보내준다. 유튜브에는 매일 새로운 영상들이 넘쳐난다. 언어의 장벽도 없다. 영상을 ‘다운서브(Downsub)’ 등 자막 사이트에 올리면 1시간 만에 한국어 번역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생각한 아이템을 찾아보면 힌트를 얻게 될 겁니다. 시장에서 통할지 말이죠.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이 이미 찾고 있고, 사회에서 통용돼 팔리고 있다면 증명된 것이죠. ‘과연 먹힐까’를 검증할 수 있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상품이 될 수 있는가’는 창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한 선구적인 지식을 책으로 옮겨 공유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은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에 집중할지 결정하고 모든 에너지를 제대로 쏟으면 제가 겪은 10년의 경험을 1년으로 줄일 수도 있어요. 그런 세상이 됐어요.” 세상에서 지금 ‘핫한’ 아이템. 그건 다른 사람들, 즉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의미다. 내가 흐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에요. 내 세상에 빠져 ‘내 것을 만들겠다’고만 하면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없어요.”

최 코치가 탁구공을 하나 집어 들어 종이컵에 담았다. 그는 “이 공이 창업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고, 컵은 지금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이라며 “창업은 공을 옆에 있는 컵으로 담는 것이니 손을 쓰지 않고 어떻게 옮길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한 참가자는 공에 입김을 세게 불어봤다. 공은 들썩이지도 않았다. 이번엔 빨대로 빨아들여 공을 옮겨보기도 했다. 한두 번 떨어뜨린 뒤 간신히 다른 컵으로 공을 옮겼다. 그러자 최 코치는 나무젓가락을 꺼내 공을 집어 들었다. “이런 도구가 창업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러분에게 이 젓가락은 무엇인가요. 그걸 찾아야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컵을 바꿀 수 있어요.”

수업이 끝날 무렵 한 참석자가 손을 들었다. “코치님은 대기업 다닐 때와 창업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요?” ‘예비 대표님’의 날카로운 질문이다. “직장인일 때나 저만의 수업을 하는 현재나 고민은 똑같이 있어요. 지금이 더 치열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는 대기업의 생활보다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 가족들과 해가 떠 있는 낮에 함께 지내는 생활이 간절했다고 했다. 그래서 창업을 한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삶은 꼬이고, 막히기 마련인 것 아닐까요. 얼마나 꼬이면 글씨까지 이렇게 복잡하겠습니까. 창업이든 직장이든 막히고 꼬이지만 어느 쪽이 나의 삶의 가치에 더 가까운지가 관건이에요.” 창업을 하는 것이 지금보다 나다운 삶일까. 고민을 다시 해봐야겠다.

▶5월 수업은

웹툰 ‘서밤’ 작가와 나를 다정히 대하기

출처 ‘서늘한 여름밤’ 블로그

출처 ‘서늘한 여름밤’ 블로그


5월 수업은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선물하는 법’입니다. “왜 나는 늘 나를 다그치고 나에게 제일 야박하게 구는가” 하고 서글퍼질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의 저자이자 필명 ‘서늘한 여름밤’으로 심리에 관한 웹툰을 그리는 이서현 작가와 함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일시: 5월15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회관 4층(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 비용 및 인원: 1인당 2만원, 20명 안팎
신청방법: all.khan.co.kr/apply/ 또는 facebook.com/khanclass/ 참조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인생수업]일은 꼬이고 막히기 마련…그래도 ‘더 나은 삶’ 가깝다면 도전을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