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돼지갈비·허브 넣고 푹 끓인 ‘바쿠테’, 한방 갈비탕처럼 속 든든”

서울 성북동 싱가포르 대사관저에서 주한 싱가포르 입 웨이 키엣 대사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싱가포르 전통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 성북동 싱가포르 대사관저에서 주한 싱가포르 입 웨이 키엣 대사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싱가포르 전통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입 웨이 키엣 싱가포르 대사가 소개하는 ‘논야 락사’ 등 4가지 전통 음식

싱가포르는 나라의 크기에 비해 별미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서울보다 조금 큰 도시국가이지만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먹거리가 넘쳐난다. 유럽과 동남아 무역의 교차로였던 싱가포르는 바다를 항해하던 상인들이 머물며 다종다양한 음식을 나누던 나라다. 생김새도, 언어도, 의복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식문화를 가꿔왔다. 주한 싱가포르 입 웨이 키엣 대사가 소개한 싱가포르 전통 음식은 논야 락사, 바쿠테, 토후 고렝, 논야 디저트 등 4가지다. 식사 후에는 대사가 직접 만든 후식을 선물로 포장해 주었다.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싱가포르 대사관저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6)“돼지갈비·허브 넣고 푹 끓인 ‘바쿠테’, 한방 갈비탕처럼 속 든든”

“싱가포르 하면 ‘페라나칸’ 문화를 우선 꼽습니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에 이주한 중국인이 토착민인 말레이계 여성과 결혼해 낳은 후손을 말합니다. 페라나칸 태생의 남자를 바바(BABA), 여자를 논야(NONYA)라고 하는데 싱가포르인에게 ‘논야 락사’는 한국의 밥과 같습니다.” 대사는 “싱가포르는 특히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민족이 어우러진 다민족 국가”라면서 “페라나칸 음식은 전통을 토대로 지금까지 독특하고 컬러풀하게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인 요리 ‘논야 락사’는 페라나칸의 면류 음식이다. 코코넛 밀크에 말린 새우와 레몬 그라스, 생강, 볶은 칠리 등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를 넣고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사는 “한국인들은 맵다고 하면 입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껴야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향이 강한 것을 스파이시하다고 한다”며 “좀 더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칠리를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논야 락사는 오목한 그릇에 담겨 나왔다. 새우 향이 가득했다. 코코넛 밀크를 넣어서인지 구수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컬러풀한 논야 디저트 ‘퀘’. 한국의 갈비탕 같은 ‘바쿠테’.페라나칸의 면요리 ‘논야락사’.4 아삭하고 고소한 두부요리 ‘토후 고렝’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컬러풀한 논야 디저트 ‘퀘’. 한국의 갈비탕 같은 ‘바쿠테’.페라나칸의 면요리 ‘논야락사’.4 아삭하고 고소한 두부요리 ‘토후 고렝’

‘토후 고렝’은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간장 두부조림을 떠올리게 했다. 말레이어로 ‘토후’는 두부, 고렝은 ‘프라이’(기름에 튀긴 것)를 뜻한다. 인상적인 것은 노릇하게 잘 구워진 두부 위에 얹어낸 짭쪼름하면서도 새콤한 소스였다. 땅콩을 볶은 뒤 잘게 으깨 식초, 팜슈거, 마늘, 간장 등을 섞는데 오이와 숙주나물을 함께 먹어서 그런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싱가포르인들은 토후 고렝을 샐러드로 많이 먹는데 간편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한 접시를 남김없이 비웠다.

“싱가포르의 밥상 예절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음식을 먹을 때 한 손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가며 쓰지요. 그릇을 식탁에서 떼어서도 안됩니다. 국물을 마실 때는 ‘추릅’ 하고 소리를 내면 예의에 어긋나지요.” 대사는 “윗사람과 식사할 때는 먼저 음식에 손을 대서는 안되며 특히 젓가락을 그릇 한가운데 세우면 조의를 표할 때의 향처럼 보여 큰일난다”고 말했다.

대사가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렇게, 이렇게 가운데와 네번째 손가락에 젓가락을 두고 검지로 음식을 잡아야 하는데 절대 엇갈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젓가락을 잘못 잡으면 어른들이 아예 식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도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누가 1분 안에 그릇에 놓은 알맹이를 많이 잡을 수 있는지 게임을 한다”는 대사의 얘기에 콩알을 집어 다른 그릇에 담는 한국의 놀이가 생각났다.

한국의 갈비탕으로 통하는 수프 ‘바쿠테’는 중국식 돼지갈비탕이다. 쇠고기 대신 돼지갈비에 전통적인 3~4가지 허브, 마늘을 듬뿍 넣고 버섯과 끓여내서 그런지 잡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고기는 부드러웠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돼지갈비는 간장 소스에, 중국식 튀김빵은 국물에 찍어먹는다.

대사는 “허브 티백에 마늘과 돼지갈비를 한꺼번에 넣고 1시간 정도 푹 끓이면 된다”면서 “에너지가 불끈 솟는 든든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해장에 좋다고 하시더군요. 속이 확 풀린다고 하시죠. 몸에 좋은 약재를 넣은 한국의 한방 갈비탕과 가깝지 않나요.”

한국 밥 같은 페라나칸의 면 요리
코코넛 밀크 넣어 부드럽고 구수
간장 두부조림 닮은 ‘토후 고렝’
대사가 직접 만든 디저트 ‘퀘’
한국 백설기 같은 일종의 케이크

“싱가포르선 향 강하면 ‘스파이시’
덥고 매운 음식 많아 맥주 즐겨
밥상예절 한국과 비슷한 점 많아
어른보다 먼저 먹으면 결례”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6)“돼지갈비·허브 넣고 푹 끓인 ‘바쿠테’, 한방 갈비탕처럼 속 든든”

오래전 싱가포르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싱가포르 하면 워낙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고 벌금은 엄청나지 않은가. 대사는 “거리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금지한다”면서 “날씨가 후텁지근해서 음식냄새가 심하고 자칫 국물을 쏟을 경우 지저분해져 다른 사람에게 거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껌은? 싱가포르에 가져갈 수는 있지만 현지에서 살 수는 없다. 아무렇게나 버리면 껌을 제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용 껌은 살 수 있고 씹을 수도 있다.

흡연구역은? 한국과 비슷했다. 쇼핑센터, 레스토랑, 영화관 등 실내에서는 안되지만 실외는 가능하다. 물론 바깥이라도 학교 부근이나 버스정류소 등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담배는 면세가 되지 않는다.

술은? 오후 10시30분 이후 특정 구역에서는 24시간 편의점이라도 살 수 없고, 마실 수도 없다. 레스토랑이나 클럽, 바에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술을 즐길 수 있는데 미리 사서 집에서 먹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아주 싼 음식부터 비싼 음식까지 모두 맛볼 수 있습니다. 고든 램지, 지니 올리버 등 유명한 셰프들의 파인 다이닝은 물론 푸드코트에서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서린 운 싱가포르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은 “미슐렝 스타 1개를 받은 국수를 2달러(US) 주고 푸드코트에서 맛볼 수 있다”며 “주머니 사정에 맞게 맛집을 찾아 다니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사가 직접 만든 논야 디저트 ‘퀘’는 달지 않았다. 일종의 케이크인데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찹쌀과 코코넛 밀크를 넣은 커스터드가 올려진 디저트는 한국의 백설기와 비슷했다. 10여가지 천연색소를 넣은 케이크는 탱글탱글했다. 무지개떡 같은 젤리를 한 장씩 떼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대사에게 “한국인은 삼겹살과 소주를 최고의 음식궁합으로 여긴다”고 하자 “싱가포르에도 한국과 비슷한 전통 막걸리가 있다”면서 “날씨가 무덥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맥주를 더 즐긴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싱가포르 음식과 비슷한 삼계탕”이라는 대사는 “갈비탕, 삼겹살도 맛있지만 쇠고기는 갈비찜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중국·말레이·인도계 모인 ‘다문화 국가’…마리나베이부터 센토사섬까지 볼거리·먹을거리 ‘가득’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6)“돼지갈비·허브 넣고 푹 끓인 ‘바쿠테’, 한방 갈비탕처럼 속 든든”

■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의 남쪽 끝,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싱가포르섬 등 63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이 저마다 다른 언어, 풍속, 습관, 문화, 종교를 갖고 있는 다문화 국가다.

국명은 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뿌라(Singapura)’에서 기원했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은 얼굴은 사자(Lion), 몸은 인어(Mermaid)의 모습을 한 형상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크다.

■ 한국 내 싱가포르 식당

한국에서 싱가포르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대사관이 추천한 맛집은 10곳 정도 된다. ‘락사’는 본점(1688-5725)을 비롯해 서울 시청점(02-318-7641) 등이 있다. 싱가포르의 진한 코코넛 크림과 레몬그라스의 황금 비율을 찾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열대지방의 풍미를 더한 이국적인 미각이 일품이다.

‘야미 캄퐁(02-336-0728)’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다. 코코넛밀크 베이스의 진한 국물에 얼큰한 소스가 곁들여진 면요리 락사가 유명하다. ‘까이 식당(070-7570-0871)’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다. 치킨라이스가 유명한데 탱탱한 밥알과 고소한 닭육수의 조합이 일품이다. 밥 위에 튀긴 마늘을 살짝 올려내는데 씹는 맛을 더해 준다.

‘빅가이즈 크랩(02-2143-1775)’은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에 있다. 싱가포르 정통 스타일로 조리한 칠리 크랩이 인기다. 크랩을 먹기 좋게 잘라 매콤한 칠리소스에 끓이듯이 볶아내는데 게살은 튼실하고 맛은 담백하다. 페퍼크랩은 알싸하게 맵고 개운한 맛이 오래간다.

서울 지하철 건대역 부근의 ‘미스터 빈(02-2218-4600)’은 싱가포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다. 현지인들이 식사 대용 건강음료로 즐겨 먹는 콩물로 만든 소야밀크와 소야팬케이크, 소야에그위치, 소야아이스크림 등이 잘 나간다.

‘아우어 베이커리(02-545-5556)’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국내에서 이름난 빵집. 싱가포르 코코넛 잼인 카야를 활용한 카야잼 크루아상이 인기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디저트 머라이언(010-2654-5334)’은 싱가포리언 오너 셰프가 직접 운영하고 조리하는 달콤한 디저트로 유명하다. ‘코피타임’은 서울 경복궁점(070-7670-8837), 숙대점(02-707-0200) 등이 있는데 싱가포르의 전통 음식인 카야토스트가 인기다. 다방커피 같은 아이스라테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호커센터(064-799-8989)’는 락사, 칠리크랩 등 싱가포르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칠리크랩 외에 블랙 페퍼크랩, 버터 크랩, 블랙번 크랩 등 메뉴가 다양하다. 국물을 적당히 떠서 볶음밥과 빵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 명소

싱가포르는 4개 지역으로 관광코스가 나뉜다. ‘마리나베이와 싱가포르 리버’에는 머라이언 공원과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국립박물관과 갤러리 등 싱가포르의 명소들이 다 모여 있다. 싱가포르 강을 따라 고풍스러운 건물과 초고층 현대 건물이 펼쳐져 있는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오차드 로드와 뎀시힐’은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호텔이 나무가 우거진 숲과 어우러져 있다. 1980년대 군부대 막사였던 건물을 상업시설로 바꾼 뎀시힐에는 개성 넘치는 음식이 많다.

‘차이나타운과 티옹바루’에는 싱가포르 전통가옥인 숍 하우스를 개조한 레스토랑과 바가 많다.

티옹바루는 힙스터의 아지트로 불린다. 티옹바루는 영국 식민지 시절 이주한 인도계 이민자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카통에 가면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함께 살며 생긴 페라나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하버프론트와 센토사’는 3개의 해변과 고급호텔, 리조트, 테마파크가 모여 있는 휴양지다. 센토사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워터파크, 수족관 등이 들어서 있다.

■ 싱가포르에 가려면

인천에서 창이국제공항까지 6시간여 소요된다. 화폐는 싱가포르 달러(SGD)가 기본이다. 싱가포르의 대부분 호텔과 쇼핑몰에 환전소가 있고 신용카드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비가 자주 온다. 하루 평균기온은 26.8도, 최고기온은 31.4도다. 전압은 220~240볼트로 한국과 같지만 구멍이 3개 있는 콘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멀티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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