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는 학교나 동네 주민센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1만 4134개 투표소 중 예식장이나 자동차 대리점 등 민간시설에 설치된 투표소는 약300여곳에 달한다. 뜬금없는 장소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익숙하다.
투표 전날인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자동차 대리점에는 전시된 차량을 밖으로 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시 공간 절반을 차지하던 차량이 비워지자 건물밖에 있던 선거 종사자들이 안으로 들어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표소와 투표함 등을 ‘뚝딱’ 설치한다.
이날 설치를 총괄한 유영보(53) 광진구 능동 제3투표소 투표관리관은 “자동차 대리점은 넓은 공간과 경사로가 이미 설치돼 있는 훌륭한 투표 장소”라고 말했다. 투표를 위해 장소를 제공한 석성호(57)씨는 “7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동사무소에서 의뢰해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며 “그 동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등을 치뤘다”고 했다.
건너편 예식장 1층 로비도 투표소로 변했다. 샹들리에 아래 설치된 기표소가 이색적이다.
선거일인 13일 오후 광진구 자동차 대리점은 투표를 하러온 유권자들이 가득차 있다. 투표를 마친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 문을 열어보고 운전석에 앉아 보는 등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 예식장 투표장은 엄마를 따라온 아이가 까치발로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엄마가 전해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