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동영상 광고들, ‘끝까지 보게 만드네’

최민영 기자
컨셉에 비해 너무 고화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11번가 휴대폰샵  광고 한 장면

컨셉에 비해 너무 고화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11번가 휴대폰샵 광고 한 장면

재밌는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날 때 소비자들은 웬만해선 광고를 끝까지 보지 않습니다. 3초 안에 ‘보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만들고 5초가 넘어도 ‘계속 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같은 플랫폼에서 ‘유잼’(재밌는) 콘텐츠에 눈이 길들여진 젊은층이 광고를 끝까지 보게 하려면 어떤 매력이 필요할까요. 각 업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활짝 피는 요즘의 바이럴한 동영상 광고들을 모아봤습니다.

1980년대 상점, 디스코, 16비트 데스크탑 컴퓨터를 비롯해서 뽀글뽀글한 파마, 큼지막한 안경테까지 이 정도면 시대극을 찍어도 좋을 소품들입니다. ‘11번가’ 휴대폰샵 광고입니다. 24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204만을 찍었습니다. 복고풍 컨셉의 걸그룹 ‘셀럽파이브’로 인기에 인기를 얹은 개그우면 안영미가 브레이크댄스 실력을 뽐냅니다. 추천수 많은 댓글은 “기획자 상줘야함- 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다 자꾸 돌려보게 되네” “아니야... 화질이 너무 좋아... 240p 정도가 딱 적당할 것 같은데...”네요. 그나저나 올해 겨울 럭셔리브랜드 구찌가 저 큼지막한 스타일의 안경테를 신상품으로 마케팅하고 있던데, 패션은 정말 돌고 도나 봅니다.

‘11번가’ 휴대폰샵 광고의 또다른 편입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영국 팝그룹 ‘왬’의 ‘캐얼리스 위스퍼’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색소폰 연주, 지금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한 기아차의 빨간 프라이드 베타, 비디오테이프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복고풍 화면전환까지 80년대 분위기를 물씬 살렸습니다. 개그맨 겸 가수 김용진이 맥주를 들이킬 때 섬세하게 뻗은 새끼손가락이 은근히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유투브에서 24일 현재 조회수 238만을 기록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70만회가 넘었네요.

최신 휴대폰샵과 80년대풍 컨셉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20대에게는 생소한 소재, 30~40대에게는 친숙한 소재들이 넘쳐납니다.

이 광고는 끝까지 볼 때까지 무엇에 관한 광고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선왕의 어진을 놓고 동인이 “선왕의 볼살이 빵빵한 것이 아주 보기 좋사옵니다”라고 하자 서인이 “선왕은 원래 갸름하셨는데 야식으로 라면을 즐기셔 그렇게 된 것이오!”라는데 남인은 “미간이 넓다”, 북인은 “코가 문제다”라고 왈가왈부하자 실학파는 “바쁜데 컵라면으로 때우소서”라고 간언하고 개화파는 “스파게티도 맛이 좋다”고 끼어듭니다. 광고사의 정체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그래도 ‘낚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24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47만을 기록했는데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ㄹㅇ...광고주제에 너무 재밌어서 자꾸보게된다”네요.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소비자시장을 20~30세대로까지 넓히는 데 최근 몇 년간 주력해왔고, 나름 성공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피곤할 때마다 스틱형 홍삼제품을 쪽쪽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PPL을 통해 ‘정관장 에브리타임’ 판매가 크게 늘었으니까요. 이제는 놀 때도 힘이 필요하니까 홍삼으로 몸보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기자 전광렬씨는 드라마 ‘허준’ 등을 통해 인기를 얻었는데 연초에 그의 연기장면 짤이 주로 올라오는 카카오 채팅방 ‘고독한 전광렬’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진지한 이미지의 전광렬과 역시 진지한 캐릭터인 ‘허준’을 클럽이라는 놀이공간 안에 배치하면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줍니다. 올해 6월 이후 유투브에서 6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광렬씨가 홍삼 먹고 힘 받아 춤추는 장면이 ‘고독한 전광렬’ 방에 짤로 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죠.

글로벌 고급 화장품 브랜드 광고는 보통 그 시대의 탑모델이나 배우가 맡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유튜브·인스타그램 시대를 맞아 광고양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하네요. 일단 메인 모델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당신도 써보면 달라질 거다’라고 친근하게 말을 거는 방식입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만큼이나 유명한 뷰투버(뷰티+유투버)들이 제품 후기를 올리는 거죠. 광고전략이 투트랙이 되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랑콤의 이 광고는 카톡창에서 대화를 하는 것을 영상으로 옮긴 듯한 짧은 호흡으로 ‘수지처럼 예뻐질 수 있다’며 제품을 소개합니다.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 중입니다.

이상 최근 히트를 친 광고 동영상 몇 개를 보았습니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스토리가 궁금해지거나, 화면전환으로 눈이 즐거워집니다. ‘대놓고 광고’여도 일단 ‘유잼’이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데이터가 소진돼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만한 재미를 얻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광고 기획자들의 아이디어 싸움은 과거보다 더 치열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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