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해창만 주민들, 수상태양광 발전소 반대

글·사진 배명재 기자
10일 오후 전남 고흥군 포두면 주민들이 해창만 방조제 앞에서 수상태양광발전소 건립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일 오후 전남 고흥군 포두면 주민들이 해창만 방조제 앞에서 수상태양광발전소 건립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일 오후 전남 고흥군 포두면 해창만 방조제 앞. 안쪽 간척지 논에서 쌀농사를 짓는 주민 5명이 나와 ‘수상태양광 발전소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손에는 ‘군민이 먼저냐, 태양광이 먼저냐’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매일 순서를 정해 지난달 2일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달새 고흥농민회 등의 지원을 받으며 고흥군청 앞에서 3차례 반대집회도 열었다. 포두면사무소 마당에서 천막농성도 시작했다. 고흥군이 방조제 안쪽 담수호(500㏊)에 넓이 100㏊ 규모로 태양광발전소를 세우려는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민간자본 2030억원을 유치해 95MW 짜리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한 민간업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올 2월까지 2차례 주민설명회, 군의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쳤다. 이어 지난달 31일 업체 모집을 마치고 조만간 우선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방조제 안팎에서 이뤄지는 쌀농사와 어업 피해, 주민동의 절차 부실, 사업제안 업체 특혜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곳 간척지 논 모두 무농약 친환경 쌀재배단지다. 넓이 1600여㏊로 가장 안쪽마을에서 방조제까지 거리가 8㎞나 된다. 주변 포두·영남·점암면 주민 5300여명이 담수호 물을 논에 받아 매년 1만2000여t 쌀을 생산한다. 바다엔 바지락·가리비·굴·파래 등 4가지 수산물 양식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주민들은 호수에 태양광 전기패널이 대규모로 설치되면 녹조가 생기고, 패널 청소 때 쓰는 세제 등으로 수질오염을 불러온다고 걱정하고 있다. 박동해 해창만수상태양광발전소대책위원장은 “녹조 등으로 물썩음이 생기면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그물이 바다로 흘러들텐데, 바다생물은 생태계 변화에 더 민감하다”면서 “그런데도 주민반대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몰고, 나중에 환경영향 평가를 하면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마을 김모씨(70)는 “주민설명회에서 발전기금 등 돈이 많이 마을로 들어오고 농사짓는 고생안해도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말에 찬성했는데, 이젠 주민들이 그런 설득이 사탕발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 사업이 특정회사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흥군은 이 사업을 ‘주민참여형’을 내세우며 업체에 78%, 주민에게 22% 지분을 주기로 했다. 또 사업기간인 20년 동안 주민을 위해 발전기금 등으로 463억원을 내놓도록 했다. 송호철 고흥문화원 전문위원은 “최근 시작된 시화호 태양광발전소는 참여업체가 최대 46% 지분을 갖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단 사업자를 확정한 뒤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최종 사업추진여부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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