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일본인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노정연 기자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9년10월18일 일본인들이 바라본 한국이미지의 변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활발한 문화·관광 교류로 가까워졌던 한국과 일본은, 지지층 결집을 노린 아베의 경제도발로 다시 한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양국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년 전 기사가 눈에 띕니다.

1999년 10월18일자 경향신문에서는 당시 정대균 일본 도쿄도립대 교수가 쓴 ‘일본인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책을 통해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들여다봤습니다. 함께보시죠.

1999년 10월18일자 경향신문 22면.

1999년 10월18일자 경향신문 22면.

이 책은 1945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에서 간행된 신문 잡지의 기사, 학술논문 등을 토대로 일본인의 한국이미지 변화를 고찰한 책입니다.

저자인 정대균 교수는 일본 이와테현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로, 릿교대를 나와 미국 UCLA에서 연수한 뒤 우리나라로 건너와 계명대 부교수로 7년간 재직했습니다.

“인접한 두 나라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만큼 그토록 자주 싸우고 잦은 교류를 해온 나라는 없을 것이다. 두 나라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특징중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뿌리깊은 무지다”

기사에서는 영국 학술원 회원인 리처드 페이버가 한 말을 당시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말로 인용했습니다.

정 교수는 “한·일관계는 ‘단절의 시대’에서 ‘일방통행의 시대’를 거쳐 ‘교류의 시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당시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놀라게 됩니다.

“‘단절의 시대’는 1949년부터 1965년까지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멸시에 가까웠다. 이는 1960년 인류학자 와가스마 히로시가 도쿄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관련돼 선택된 어휘가 ‘불결’ ‘교활’ ‘비굴’ 등이 압도적으로 만았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책에 따르면 ‘일방통행의 시대’(1966년~1984년)에도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집단적’ ‘폐쇄적’ ‘비민주적’ 등 부정적이었습니다.

‘교류의 시대’(1985년 이후)에 들어서며 일본인들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표명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매력없는 나라’ ‘배울 것이 없는 나라’라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기사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은 ‘혐오와 멸시’ ‘연민과 동정’ ‘호감과 친밀감’ 등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성과 긍정성은 시대 상화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한국에 대한 인식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일까요.

최근의 갈등 상황 동안 일본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과 미디어에서 쏟아낸 ‘혐한’ 발언들이 20년 전 이 기사에 표현된 부정적 표현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도쿄의 대형서점에 ‘혐한 서적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지금도 신간이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특파원칼럼] '한국 때리기'의 구조

▶관련기사 [김진우의 도쿄리포트]'일본 대단해'론의 함정

일본은 한국이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할 때마다 “과거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합니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느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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