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병원 이송 헬기에 구조학생 아닌 해경 청장 태우고 갔다"

조문희 기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에서 개최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에서 조사위원들이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에서 개최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에서 조사위원들이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회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회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4·16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맥박이 있는 구조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5시간 가까이 지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속하게 익수자를 수색해야 할 헬기는 대부분 팽목항에 대기했고 현장에 투입된 헬기는 구조자 이송이 아닌 해양경찰 간부들의 이동에 쓰였다. 구조자는 병원 도착 이후 사망판정을 받았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을 중간발표했다. 참사 당일 3번째로 발견된 희생자 ㄱ학생에 대한 구조수색과 발견, 병원 도착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살폈다. 특조위는 “조사 결과 참사 당일 대다수 승객에 대한 구조수색, 후속 조치가 지연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ㄱ학생은 오후 5시24분쯤 발견됐다.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 오전 11시40분으로부터 5시간 40여분이 지난 뒤였다. 해상사고의 경우 익수자가 표류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헬기 수색이 중요하다. 특조위가 영상자료를 살핀 결과 참사 당일 오후 2시40분쯤 헬기 다수가 팽목항에서 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수색 중인 헬기는 보이지 않았다. 당일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에는 헬기 11대와 항공기 17대가 투입됐다고 적혀있다.

ㄱ학생은 병원에도 뒤늦게 이송됐다. 최초 발견 4시간 41분 뒤인 오후 10시5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ㄱ학생은 그 사이 세 차례 배를 갈아탔다. 오후 5시30분쯤 해경 3009함에 최초 탑승한 뒤 오후 6시40분쯤 P22정으로 옮겨졌다. 오후 7시에는 P112정으로, 30분 뒤엔 P39정으로 갔다. P39정 탑승 이후 1시간 20분 뒤인 오후 8시50분 서망항에 도착했다. 1시간 15분 뒤인 오후 10시5분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해 10시10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사회적참사특조위는 발견 직후 ㄱ학생이 이송됐더라면 생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오후 5시35분 항박일지에 적힌 ‘원격 의료시스템을 가동, 병원 응급의료진 진단 결과 병원으로 이송조치 지시받음’이 근거다. 당시 영상에도 해경 응급구조사가 ㄱ학생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바이탈사인 모니터에는 ㄱ학생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69%로 나온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응급의학과 전문 의료진 다수와 직접 대면면담한 결과 생존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나,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구조 즉시 병원으로 이송 전문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긴급하고 적절한 대처였다고 본다”면서 “ㄱ학생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어야 한다”고 했다.

조사 결과 당시 ㄱ학생이 헬기를 탈 기회는 세 번 있었다. 오후 5시40분쯤 해경의 B515헬기가 3009함에 내렸다가 오후 5시44분쯤 김수현 당시 서해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오후 6시35분 같은 선박에 B517헬기가 착함했지만 오후 7시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둘 모두 ㄱ학생이 3009함에 올라와 있던 시각이다. 특조위는 ㄱ학생이 헬기를 탔다면 20~30분 뒤 병원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인 오후 6시35분 도착한 응급헬기 1대는 착륙하지 않고 회항했다. 함내에서 마이크 선내 방송으로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이 나온 뒤다. 특조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다. 당시 ㄱ학생은 사망판정을 받기 전이었다. 헬기 세 대가 떠난 뒤인 오후 7시15분쯤 해경은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공식 문서에 ㄱ학생을 사망자로 기록했다. 특조위는 의사가 병원 이송 지시를 내렸음에도 해경이 자체 사망판정을 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환자의 법적 사망 판정은 의사만이 내릴 수 있다.

이날 중간발표 현장에는 노란색 외투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 20여명이 참석해 당일 구조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시청했다. 일부 유가족은 “애들이 살아있는데 버리고 갔다지 않느냐”며 울부짖었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는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의사 지시대로 헬기에 태웠다면 아이는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정작 헬기는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다”며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ㄱ학생 등 익수자의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 구체적인 동선과 조치내용 등을 확인하고 ㄱ학생이 제때 헬기를 이용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추가 조사해 범죄 혐의 발견시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 등의 조치를 할 방침이다. 장완익 특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도 수행하지 않아 304명이 희생된 사건”이라며 “참사 당시 구조 수색 활동의 문제점을 되짚어, 지금도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적절한 구조 수색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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