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탓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코로나19’로 지친 마음 달랜 다정한 락스회사

최민지 기자
[기타뉴스]“가난 탓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코로나19’로 지친 마음 달랜 다정한 락스회사

코로나19 사태가 50일 넘게 이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위축되는 요즘입니다. 이 틈을 타 각종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한국은 물론 세계를 휘감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한 기업의 다정한 살균소독법 소개가 온라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일 살균세제회사 유한크로락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글입니다. 평범한 제목의 이 글은 13일 오전 기준 10만차례 이상 조회되고 93개 댓글이 달리는 등 주목을 받았는데요. 언뜻 평범해보이는 이 게시물이 왜 이목을 끌었을까요. 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본 페이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정확한 살균소독 방법을 궁금해 하시는 다수의 고객님들과 논의를 토대로 개인 위생을 위한 살균소독 작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그와 깊게 연관된 살균소독 물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해소하시도록 도와서 많은 분들이 더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시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작성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일 수록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중요합니다. 유한락스라는 살균소독제도, 저희 유한락스가 제공해 드리는 안내도 맹목적으로 신뢰하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안전한 살균소독에 관해서 정확히 이해하시는 계기로만 삼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갈무리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후 살균소독제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차분하게 이어졌습니다. 살균소독제가 살생물제라는 점을 들어 “안정성의 측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살균소독제를 분무하면 위험한 이유를 3가지로 나눠 상세히 설명합니다. 살균소독 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안전한지, 사용 목적에 따라 왜 다른 소독제를 써야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제시됐습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살균소독제의 전체적인 성능은 판매 가격과 무관하다’고 설명한 부분입니다. 공중 위생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이 엿보였기 때문인데요.

담당자는 “살균 소독제의 전체적인 성능은 판매 가격이 아니고 유효 성분의 종류와 농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며 “최소한 살균소독제에 관해서는 최신 유행이나 프리미엄, 고급 제품도 무의미하며 비싸기 때문에 강력하지만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개념은 신기루와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만약 비싸서 더 강력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 소독 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 보건 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러한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 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공중 위생을 책임져야 하는 유한락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댓글을 통한 질의응답도 정성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소비자가 분무형 소독제의 위험성을 알고 놀랐다는 댓글을 남기자 그는 “놀라실 필요 전혀 없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실 필요는 많다”고 안심시킨 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에 집중하다 화학 물질 오남용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충분하다. 저희 바람은 그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해당 안내글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게시판 담당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글도 글이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레 상세하게 답변 달아주는 담당자의 열과 성이 대단하다”며 감탄했습니다. 이밖에도 “글을 읽으면 마음이 안정돼서 여러번 읽었다” “요즘 읽은 모든 글 중 가장 신뢰가는 유용한 정보” “관리자의 인내심에 존경심이 생긴다”라는 등 칭찬도 쏟아졌습니다.

춘냥이. 이선명 기자

춘냥이. 이선명 기자

사실 유한크로락스 게시판의 다정함은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지난해 4월 한 소비자가 자신의 고양이를 걱정하며 남긴 질문에 담당자가 성실하고 따뜻한 답변을 해 화제가 됐습니다. ‘반려동물이 (락스를) 핥아도 무해할까요’라는 ‘집사’의 문의에 담당자는 “야옹님의 건강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관한 논의에 저희를 기꺼이 초대해 주신 점에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며칠간 조사를 거쳐 정성스러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고양이 모래 화장실에 락스를 뿌려도 되냐는 또다른 질문에는 “야옹님께서 60도 이상의 쉬야를 뿜어내야 유해하다”는 답변을 통해 고객을 안심시켰습니다. 친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이후 홈페이지에는 고양이 전용 게시판 ‘야옹&집사님의 건강과 위생’을 따로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소비자들은 각종 과대광고와 지나친 폭리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안도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준 것이 공포와 혐오, 차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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