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전용사 비하 파문 확산…최초 보도 잡지 편집장 "추가 보도할 것"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26일 이라크 알 안바르에 있는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알 안바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26일 이라크 알 안바르에 있는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알 안바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대전 당시 유럽에서 전사한 미군을 비롯해 참전 용사들을 비하하고 조롱했다는 언론 보도가 불러온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시사지 ‘애틀랜틱’의 지분을 보유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회장의 부인까지 비난하며 지지자들에게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애틀랜틱의 편집장은 ‘가짜뉴스’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반박을 일축하며 추가 보도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는 그의 아내가 그가 남긴 돈을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토해내는 망해가는 극좌 잡지에 낭비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1년 10월 사망한 스티브 잡스 전 회장의 부인을 거론한 것은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 용사 비하 발언을 최초 보도한 애틀랜틱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논객 찰리 커크가 올린 트윗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이 트윗을 올렸는데, 커크는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는 올해 조 바이든 선거캠프에 최소 50만달러를 기부했다”면서 “누가 애틀랜틱 지분 다수를 보유했는지 아는가? 로런 파월 잡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런 파월 잡스를 비난하는 트윗에 “그에게 전화하라, 편지를 쓰라,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그가 알게 하라”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을 향해 로런 파월 잡스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애틀랜틱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당시 미군 참전용사 묘지 참배 일정을 보고받자 “왜 가야 하냐”라면서 “패배자(loser)만 가득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화에서 프랑스 북부 ‘벨로 숲 전투’에서 사망한 1800명의 미 해병대를 ‘호구(sucker)’라고 불렀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애틀랜틱의 보도를 워싱턴포스트와 폭스뉴스 등 다른 매체들이 각자 취재를 통해 관련 보도를 이어가자 파장을 억누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트럼프 행정부가 총출동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 등이 각각 언론 인터뷰와 성명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미국 사회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참전용사를 비하하고 조롱했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재선 도전을 위한 대선까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참전용사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대선 쟁점으로도 부상하는 모양새다. 장남 보 바이든이 2008~2009년 이라크에 파병됐고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역겨운 발언”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면서 추가 보도를 다짐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며칠, 몇주 내로 이에 관한 추가 보도와 추가 확인, 그리고 추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책임이 있고 그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이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겁을 주려 하는 환경에서는 특히 우리 모두 취재원을 익명으로 써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애틀랜틱의 보도에 대해 ‘소설’이라면서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물론이고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도 각자 취재를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보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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