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전문가와 딴소리, 바이든은 "트럼프 못믿어"…계속되는 '코로나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내년 2~3분기쯤 미국 일반 대중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하고, 백신보다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더 효율적이라는 정부 고위 보건 당국자의 의견을 정면 반박하며 빠르면 다음달부터 대규모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는 백신을 믿고 과학자들을 믿지만 트럼프는 안믿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승인·보급에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월 대선 전에 코로나19에 대한 ‘승리 선언’을 갈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견제하려는 바이든 전 부통령, 과학적 기준과 절차를 지키려는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의 ‘코로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코로나19 승인과 보급에 관한 예상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는 “11~12월쯤 초기 백신이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공급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미국 대중이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기를 묻는다면 2012년 2분기 후반 또는 3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과 승인이 연내에 완료된다 하더라도 초기 물량은 의료계 종사자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 먼저 접종하고 일반 대중은 내년 여름 접종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드필드 국장은 “현재로선 백신보다 마스크가 코로나19로부터 나 자신을 더 잘 보호해준다고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항체 생성률이 70%로 예상되므로 마스크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레드필드 국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면 다음달 백신이 승인될 수 있으며 즉시 대규모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과 마스크의 효능에 대해서도 “백신이 마스크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필드 국장이 한 말은 실수라고 본다”면서 “틀린 정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 당국자에게 전화해 레드필드 국장의 실수를 시정하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CDC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 레드필드 국장이 언급한 내년 2~3분기는 모든 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 철회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코로나19 대응 콘트롤 타워인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핵심 구성원이며, CDC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핵심 보건 기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레드필드 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가을 독감철과 코로나19가 겹치면 훨씬 더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히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공개 브리핑에서 발언을 철회토록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승인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델라웨어주에서 보건 전문가들로부터 백신 관련 설명을 들은 뒤 “나는 백신을 믿고 과학자들을 믿지만 트럼프는 안믿는다”면서 “바로 지금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신 승인 및 보급은 오로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치가 백신에 개입하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백신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낳고 있다. 카이저가족재단은 최근 미국인의 62%가 미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에 관해 안전성과 효과성보다 속도를 중시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