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잇슈 SNS] "안돼"라는 말에 너무 익숙한 안내견···현실에서 법은 '무용지물'

사우스이스턴 안내견 센터에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핍’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어린 골든 리트리버가 시각장애인 훈련 학교에 작은 덩치로 간신히 입학합니다. 동급생 안내견 교육생보다 작은 체구로 모든 게 미숙한 리트리버는 실수를 연발합니다.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정지해 서야 하지만, 이를 자꾸만 잊어 시각장애인으로 분한 훈련 조교를 연신 넘어지게 합니다. 과연 어린 리트리버는 무사히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될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성장기 ‘핍’ 인기

롯데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견을 데리고 온 자원봉사자에게 폭언을 퍼붓고 출입을 거부한 사건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30일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내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미국 플로리다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사우스이스턴 안내견 센터(South Esatern Guide Dogs)에서 제작한 안내견에 대한 단편 애니메이션 ‘핍(Pip)’도 화제가 됐습니다.

‘핍’의 주인공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는 롯데마트에서 쫓아낸 안내견과 똑닮았습니다. ‘핍’은 어린 강아지가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짧은 애니메이션인데요, 주인공은 동급생들보다 덩치가 작고 서툰 탓에 실수를 연발하지만 훈련을 거쳐 능숙하게 안내할 수 있게 됩니다. 시험날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쫓겨나지만, 지팡이에만 의지해 공사장을 지나가던 시각장애인을 위기에서 구해내 구조견 자격을 얻게 됩니다.

‘핍’은 사우스이스턴 안내견 센터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소개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2억2500만회 넘게 조회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안내견과 식당 찾은 시각장애인 ‘7번의 거절’…법은 ‘무용지물’

이와 더불어 지난 10월 JTBC 뉴스룸에 소개된 ‘밥 먹으려다 7번 거절…안내견의 하루’ 영상도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 영상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해당 영상에서 시각장애인은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안내견이 있다는 이유로 7번의 거절 끝에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안된다는 말을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안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안내견이 고개를 돌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란 멘트가 나옵니다.

유튜브 캡처

현행법상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는 장애인 당사자·보조견 훈련자·자원봉사자가 장애인 보조견을 데리고 대중교통수단,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을 이용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거부한 자에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무용지물’입니다. 법을 설명하고, 심지어 경찰이 출동해도 식당 주인은 “개는 들어올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2020년 4월 처음으로 국회에 입장할 수 있었던 안내견…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무지한 한국 사회

지난 4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면서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안내견이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도 안내견의 국회 출입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롯데마트의 ‘안내견 거부’ 사건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