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하니까…중고거래도 ‘언택트’

조미덥 기자

비대면 자판기·배송·방문 수거

생활용품·명품 등 물품도 다양

코로나 상황서 이용자 더 늘 듯

지난 7월 말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설치된 ‘파라바라’의 비대면·무인 중고거래 자판기를 쇼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파라바라 제공

지난 7월 말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설치된 ‘파라바라’의 비대면·무인 중고거래 자판기를 쇼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파라바라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윤모씨(43)는 올해 들어 집 근처 여의도 IFC몰에 있는 중고 거래 자판기를 자주 이용한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주변에서 선물받고 미처 사용하지 못한 육아용품들을 주로 판다. 최근엔 유아용 털목도리와 털모자, 스마트폰 터치장갑을 넣고 왔는데 사나흘 안에 팔렸다는 알림이 왔다. 윤씨는 “대면 거래는 구매자와 만날 시간·장소를 맞춰야 해서 불편하고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함도 있었다”며 “육아하다가 내가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가서 맡길 수 있으니 한 달에 8~9번은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중고 제품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 원래 중고 거래에선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판매자를 대면하고 제품을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대면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가격과 만날 시간·장소를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거래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와 사는 곳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일부 여성들은 범죄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면의 불안함’이 더 커졌다.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갖춘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각광받을 만한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안전하고 편하니까…중고거래도 ‘언택트’

윤씨가 이용한 자판기는 ‘파라바라’라는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나 쇼핑몰 등에 자판기를 설치했다. 판매자는 시간날 때 가서 팔 제품을 넣고 가격을 설정하면 끝이다. 구매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자판기에서 보고 마음에 들면 결제하고 찾아가면 된다. 구매자가 제품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3일 후에 판매자에게 돈이 입금된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서로 누군지도 모른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는 “20·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며 “현재 수도권에 20곳 정도 설치됐는데 이달 안에 3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라바라는 최근 AK플라자 분당점에 최초로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자판기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판매자가 팔려는 물품을 넣어두면 중고명품 감정 스타트업인 ‘엑스클로젯’이 진품 여부를 감정한 뒤 구매자가 사가는 방식이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이어 업계 4위인 헬로마켓(모바일 월간 순이용자 120만명)은 지난 10월 대면 거래를 없애고 100% 비대면 거래로 승부수를 띄웠다. 헬로페이로 배송 확인 후 지급되는 안전결제와 편의점(현재는 CU만 가능) 이용 시 거리와 무게에 상관없이 배송비를 2000원으로 고정했다. ‘사기 위험’과 ‘배송비’라는 비대면 거래의 양대 걸림돌을 뛰어넘는다는 구상이다. 대면 거래가 보편적인 중고 거래 특성상 시행 초기 이용자가 줄어들 각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12월 이용자 수는 약 120만명으로 지난 10월과 엇비슷했고, 비대면 거래는 30% 증가했다. 이후국 헬로마켓 대표는 “지금은 중고 거래도 비대면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며 “비대면 거래가 더 안전하고 편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땡큐마켓은 판매자가 육아용품을 올리면 전문 중고판매업자가 방문해 가격을 책정하고 수거까지 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자 입장에선 포장·배송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땡큐마켓은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반품과 재고 이월 상품을 직매입해 팔기도 한다. 구매자는 검증된 중고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처럼 대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