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기자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주니어들의 시대

‘페타주’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의 줄임말이다. 박찬호로부터 ‘한 이닝 만루홈런 두 방’(한만두)을 때린 페르난도 타티스(당시 세인트루이스)의 아들이다.

‘한만두 21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달 24일 LA 다저스전에서 클레이턴 커쇼로부터 홈런 2방을 때렸다. 타티스 주니어는 경기 뒤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정말 기뻐하셨다. ‘우리에게 아주 큰 축복’이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페타주의 홈런 2개에는 ‘한솔두’(한 경기 솔로홈런 두 방)라는 별명이 붙었다.

류현진 동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역시 ‘블게주’라 불린다. ‘괴수’라 불렸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스트라이크존 근처의 공이면 다 때려냈던 ‘배드볼 히터’였지만 블게주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발사각을 높여 홈런 타구를 늘렸다. 올 시즌 15㎏을 감량한 블게주는 11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공동 4위, OPS 1.049로 마이크 트라우트(에인절스·1.086)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메이저리그만 ‘주니어의 시대’가 온 게 아니다. KBO리그도 주니어의 시대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2017년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에 올랐고, 곧장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 됐다. 올 시즌 초반 주춤하는 듯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았다. 5월 13경기에서 타율 0.500을 몰아치더니 타율 0.350으로 리그 5위, 50안타는 리그 공동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리그 최고 투수로 올라선 삼성 원태인도 ‘주니어’다. 아버지 원민구씨는 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대구 협성경복중 감독을 지냈다. 아버지는 원태인이 등판할 때마다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기도를 했다. 원태인은 6승1패(1위), 평균자책 1.00(1위), 탈삼진 47개(4위)로 트리플 크라운이 가능한 페이스다.

두산 포수 박세혁은 박철우 두산 코치의 아들이다. 박세혁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포수 장승현 역시 ‘주니어’다. 아버지 장광호는 태평양-현대를 거쳤고 LG와 SK의 배터리 코치를 지냈다. KBO리그 내 많은 ‘주니어’ 중에서도 ‘포수 부자’는 무척 드물다. 장승현은 최근 10경기 타율이 0.320이다.

LG 김대유 역시 아버지의 포지션과 똑같다. 1980년대 ‘황금의 왼팔’이라 불렸던 초고교 유망주 출신의 롯데 투수 김종석이 아버지다. 김대유는 넥센-SK-KT를 거치는 동안 꾸준한 노력 끝에 올 시즌 LG 핵심 불펜이 됐다. 10홀드로 리그 2위다. LG가 2차 1라운드에 지명한 내야수 이영빈의 아버지도 한화에서 뛴 이민호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이다.

키움 외야 한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다지고 있는 송우현은 ‘송골주’다. 송골매라 불렸던 송진우 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감독의 아들이다. 최근 4경기 타율 0.471도 눈에 띄지만 외야수로 5개나 기록한 보살(리그 1위)은 더 대단한 기록이다. 아버지의 ‘강견’을 외야에서 뽐내는 중이다.

주니어들의 활약은 그저 ‘유전자’ 때문만은 아니다. 책 <MVP 머신>에 따르면 드라이브라인 대표 카일 보디는 메이저리그 2세들의 활약에 대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효과적으로 던지고 움직이는 동작을 아이가 보고 은연중 따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KBO리그에 ‘주니어의 시대’가 온 것은 그만큼 리그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추억을 가진 팬들이 주니어의 활약을 응원할 만큼 역사가 쌓였다. 20년 뒤 ‘양신주’가 ‘종범주’와 함께 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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