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속 깡통 불 피우고 콘크리트 타설…오후 4시30분 마감시간 쫓겼나

강현석·박용근 기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구조대 및 수색견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이날 오전11시14분쯤 지하1층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한수빈 기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구조대 및 수색견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이날 오전11시14분쯤 지하1층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한수빈 기자

지난 11일 39층 바닥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붕괴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13일 공개됐다. 이 영상은 당시 공사를 진행하던 노동자들이 사고 발생 10여분 전 촬영한 것으로 사고 직전 타설된 콘크리트가 거푸집과 분리되는 장면이 담겼다.

KBC광주방송이 경향신문에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현장 노동자들은 이날 붕괴된 건물 39층 바닥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한쪽 거푸집이 ‘따딱’ 소리를 내며 타설된 콘크리트와 분리됐다. 이후 거푸집의 벌어진 틈으로 콘크리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장면이 찍히고 10분 후쯤인 오후 3시46분쯤 이 건물은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사고 현장에서는 39층 바닥에 대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이날은 광주에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낮 기온이 내내 영하를 기록해 평소보다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기상관측지점인 북구 운암동 광주지방기상청에서 측정된 낮 12시 기온은 영하 1.1도에 머물렀다.

한창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오후 3시40분쯤에는 영하 1.5도로 기온이 더 내려갔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10.9m에 달했다. 적설량도 2.3㎝를 기록했다. 지상에서 100m 이상 높이인 39층에서는 지상보다 훨씬 더 날씨가 사나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동영상에도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 위에 네모난 깡통을 매달아 불을 피우고 있는 모습도 담겼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노동자들이 정해진 공사 마감 시간에 쫓겼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서구청에 ‘소음·진동관리법’에따라 특정장비 운영시간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신고서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만 소음이 심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펌프카 등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음이 심한 건설장비의 작업시간을 1일 6시간 이내 사용할 경우 상업지역 소음 허용 기준은 70데시벨에서 75데시벨로 높아진다. 하지만 현대산업건설은 이후에도 사고가 난 화정 아이파크 2단지에서만 6월30일과 8월30일 신고한 시간을 초과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사고 당일은 평소보다 작업 시작 시간이 늦어졌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사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A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평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오후 4시 정도에 끝났다”면서 “이날은 타워 크레인이 오전 10시30분까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39층에 있던 자재를 지상으로 모두 내렸지만 타설 공사는 훨씬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붕괴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벽이 살아있고 바닥이 대부분 무너진 것은 위에서 힘을 가하지 않았다면 생길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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