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후보 허경영, 출정식에서 “대선 무효” 선언

전현진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출정식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있다. 전현진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출정식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있다. 전현진 기자

집회·시위가 매일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이 평소보다 더 붐볐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국회 앞의 드레스코드는 빨간색이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출정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정오가 조금 지나 도착한 허 후보는 국회의사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세워진 유세차량 위에 올랐다. 손을 들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은 수차례 ‘허경영’ 이름을 입모아 외쳤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원천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는 국회대로 건너 국회 정문 앞에 모여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외쳤다.

허 후보 지지자들은 오전 11시 무렵부터 모여들었던 참이다. 서울 강서구갑 선거연락사무소장을 맡았다는 노경휘씨(63)는 함께 온 지지자들과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선거연락원’ 명찰을 나눠주고 있었다. 같은 지역에서 온 지지자들은 이미 친분이 있는 듯 삼삼오오 모여 상기된 표정으로 허 후보를 기다렸다. 지지자들 중에는 가슴에 ‘사전투표 NO, 당일투표 YES’라고 적힌 뱃지를 달고 있었다. 사전 투표는 따로 투표함을 보관해두는데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문 국회대로 건너편에 세워진 유세용 대형트럭에서 허 후보가 출정식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트럭 겉면에는 “국가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습니다”라는 글귀와 허 후보의 연설 사진이 크게 붙었다. 코로나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 매월 150만원 지급…. 이날 기호 6번으로 정식 배정돼 허 후보의 이름 앞에는 숫자 6도 붙었다.

‘1억원 지급’은 지지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정책으로 보였다. 지지자들이 든 팻말과 입고 있는 옷, 외치는 구호에서 ‘1억원’이라는 말은 가장 크고 선명하게 등장한다. 하얀 마스크를 쓴 고령의 여성 지지자는 마스크 위에 빨간색으로 ‘허경영 1억.com’이라고 써뒀다.

허경영 후보의 공약 등이 담겨있는 1억.com 홈페이지 화면 | 홈페이지 캡처

허경영 후보의 공약 등이 담겨있는 1억.com 홈페이지 화면 | 홈페이지 캡처

국회 정문 앞 곳곳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듯한 지지자들이 보였다. 서울 은평구에서 왔다는 이순우씨(61)는 자신의 방송을 보고있을 시청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3월9일은 대망의 날입니다. 허경영 찍고, 1억 받고, 월 150만원도 받자!”

이씨는 영상 촬영 중인 스마트폰을 든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전에는 지지하는 후보는 없었지만 선거 때면 홍보물을 유심히 살펴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씨는 2019년 유튜브에서 허 후보의 강연을 보고 지지자가 됐다. 국회의원을 정신교육대에 보낸다는 정책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했다.

그는 허 후보를 소개하지 않는 언론 행태에 대해 “간접살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당선되면 받게 될 혜택을 못 받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씨에게 ‘지지자들 중 20~30대 청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묻자 “샤이 허경영이 많다”며 자신이 입은 빨간 ‘롱패딩’을 가리켰다. 패딩 곳곳에는 허 후보의 이름과 공약들이 붙어있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이 옷을 입고 홍보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요. TV토론이나 여론조사도 보면 너무 불공정하다니까. 김동연(새로운물결 대선후보)은 0.3%(지지율)이고 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은 허경영(지지율)의 반토막인데!”

출정식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지지자들은 더 열띤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허경영! 대통령!” 허 후보 도착 전 유세 차량에 올라 사회를 본 이동섭씨는 “추우시니까 몸을 움직이세요!”라며 가끔씩 울리는 노랫소리에 맞춰 분위기를 띄웠다. “진주 속에…. 아니 진흙 속에 다이아몬드 같은 허경영 후보…. 허경영 후보의 이름을 다섯 번 외칩시다!”

동그란 쥐모양(만화 캐릭터 미니마우스를 연상케하는) 머리띠를 한 중년 여성은 한복 치마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한쪽 귀에는 숫자 6, 다른 쪽 귀에는 허 후보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춥지 않아?” 겉 옷도 벗어둔 그녀에게 누군가 물었다. “아니 지금 추운 게 문제에요?”

허 후보가 드디어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도열해 있던 지지자들은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허 후보는 악수를 해주거나 거침없이 안아주었다. 경기 시흥에서 왔다고 한 박연순씨(68)는 허 후보와 포옹한 몇 안 된 지지자 중 한 사람이었다. 박씨는 “너무 너무 좋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병원에 있을 때 (허 후보의) 유튜브 보면서 너무 공감이 돼서 많이 울었어요. 정말 우리 모두를 걱정없이 살게 해줄 분이에요. 감동 받았어요. 다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거잖아요.”

같은 지역에서 온 정대섭씨(56)도 함께 즐거워 하며 박씨를 안아줬다. 정씨는 “열심히 지지해왔는데 위로받고 격려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씨도 유튜브를 통해 허 후보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허경영이라고 하면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말씀을 잘하셔서 황당하다는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가만히 보면 (허경영) 총재님이 한시도 쉬지 않으시고 혼자 속옷 빨래도 하신다는데, 언론에서는 반대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이병철(삼성 창업주) 회장의 양아들이어서 반도체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도 아무도 믿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허 후보는 지지자들을 뚫고 국회대로를 건너 유세차량에 올랐다. 그는 TV토론과 여론조사에서 계속 자신이 배제되는 것을 지적하며 “이번 대선은 무효”라고 외쳤다. 민간 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에 따라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TV토론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옛날에 선거 나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한 지지자가 ‘질문있습니다’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유세 트럭 앞에서 흔들었다. “말하세요. 마이크 한 번 줘 봐.” 허 후보는 즉석에서 질문 기회를 줬다. 건설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지지자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허 후보는 “생계지원금 1억원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이면 다 해결됩니다!”라고 시원한 답을 내놨다.

이날 출정식을 찾은 허 후보의 지지자들은 대체로 50~60대로 보였다. 간혹 앳돼 보이는 청년들도 보였다. 김화평씨(23)는 “옛날에 허경영 강연 통해 알게 됐고, 정책이 모두 와닿았다”며 지지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14년 고등학생 때 알게 돼 그가 내세운 청년 공약들을 보고 희망적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기호가 나오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날인데, 여론조사에는 제대로 포함되지도 않아 답답한 마음 때문에 나왔다”고 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15일 출정식을 마친 뒤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15일 출정식을 마친 뒤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허 후보의 연설 장면 등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구호도 함께 따라 외치던 이유진씨(21)는 자신을 하늘궁 관계자라고 했다. 하늘궁은 허 후보가 자신을 ‘신인’(神人)으로 소개하며 강연 등을 여는 곳이다. 그는 “2019년 말 유튜브 강연을 보고 지지자가 됐다”며 현재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진로가 고민되던 시절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지,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지, 학교폭력은 왜 일어나는지 고민하던 때 허 후보의 강연을 보고 철학적인 답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보다는 철학적인 발언에 끌렸다. 삶의 의미와 목표에 궁금증이 많았는데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이 갔다”며 “정책적으로는 노인수당이나 국민배당금 같은 공약들이 정의로운 것 같다”고 했다.

허 후보의 지지자들은 한결 같이 유튜브를 통해 허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지지자가 된 계기를 물으면 단단한 믿음을 자랑스러워 하듯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강승만씨(79)는 “내가 이 분(허 후보)보다 6살 위인데, 우주의 근원적인 진리와 인간의 본성, 성현들의 도덕을 깨우쳐 우러나오는 말씀을 하신다”며 “유튜브 강연을 많이 듣고 연구도 하는데, 처음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했다”고 간증하듯 이야기했다.

이날 출정식 도중 한 여성 지지자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실로암씨(59)가 서로 머리를 잡아 당기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씨가 허 후보를 향해 계란을 던지려다 실패했는데, 이를 두고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이씨는 허 후보를 향해 “사이비 교주”라고 했고 지지자는 “교주가 세금 내냐”며 서로 욕설을 퍼부었다.

주위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고 다시 몸싸움을 벌이길 반복한 뒤에야 다툼이 마무리됐다. 이 씨는 1인 시위하고 있었는데 시끄러워지고 자릴 뺏겨 화가났다고 했다. 계란은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 허 후보가 등장하자 주변에서 사왔다고 했다. “조금 더 일찍 가서 던질 걸 그랬네!” 이씨는 출정식 마무리되는 한 켠에 서서 한동안 혼잣말로 계속 욕설을 뱉었다.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실로암씨가 던진 계란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날 이씨는 대선 출정식을 위해 온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에게 계란을 던지려고 했지만 맞히지 못했다. 전현진 기자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실로암씨가 던진 계란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날 이씨는 대선 출정식을 위해 온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에게 계란을 던지려고 했지만 맞히지 못했다. 전현진 기자

6번 후보 허경영, 출정식에서 “대선 무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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