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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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폭력 224건] EP.02 47년 만에 무죄…달라진 건 많지 않다

    EP.02 47년 만에 무죄…달라진 건 많지 않다

    EP.01 재일동포 이동석, 그리고 사법부의 시간 EP.02 47년 만에 무죄…달라진 건 많지 않다EP.03 1972년의 고문 당한 진술 믿을 수 있다는 2022년의 법원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법정에 들어선 노인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평생 동안 꼭 듣고 싶었던 말을 이날 들을 수 있을까. 노인은 목에 깁스를 하고 있어 더 불편해보였다. 하얀 눈썹 밑으로 작게 보이는 눈은 떴는지 감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기분이 어떨지도 알 수 없었다.휠체어를 탄 노인은 유정식씨다. 지난달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에서 유정식씨에 대한 재심 선고기일이 열렸다. 이날 선고는 원래 6월 진행될 예정이었다. 유정식씨는 예정된 선고를 며칠 앞두고 새벽에 화장실에 가다 넘어졌다. 후경추에 나사 6개를 박아 넣는 척추 골절 수술을 하고 입원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간첩이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서 23년 동안 살았던 이 남자. 1975년 처음 법정에 선 그는...
  • [국가폭력 224건②] 법원은 어떻게 국가폭력에 가담했나

    법원은 어떻게 국가폭력에 가담했나

    ①사과 위해 만든 국가폭력 기록 224건, 16년 동안 묵혀둔 대법원②법원은 어떻게 국가폭력에 가담했나…과거사 사건 분석③재심 생각 못하고 살아온 수십 년…재심 청구해도 ‘기다리라’는 법원18세기 영국의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은 “유죄의 증거는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죄 없는 한 사람이 고통받는 것보다 열 명의 죄인이 도망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재판의 목표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하지만 과거 각종 시국·공안 사건과 간첩 조작 사건에 유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는 1930년대 소련의 대숙청을 이끈 니콜라이 예조프의 말을 더욱 따랐던 듯하다. 그는 “한 명의 스파이를 놓치는 것보다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 1981년 4월 취임하면서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도 항상 국가의 존망을 의식하...
  • 시골 고양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시골 고양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 수 있을까요?

    고양이들이 겁에 질린 듯 담장 가까이 모여 웅크렸다. 비명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고 울었다. 밤이 찾아온 시골길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끊어질 듯 이어지길 반복하다 잦아들었다. 그날을 떠올린 이명희씨(61)는 “놀란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고 했다.지난 1년 동안 비명이 반복됐다. 고양이 비명이었다. 배고프거나 다툴 때 나는 소리와 달랐다. 소리를 듣고 나가 보면 고양이가 다리가 부러지거나 피를 흘린 상태로 발견되곤 했다. 고양이들은 며칠을 앓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마을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준 지 3년째. 고양이들이 한 두마리씩 흔적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고양이들끼리 싸워서 다친 게 아니에요. 사람이 고양이들 쫓는다고 돌이나 농기구를 던져 맞혀서 그렇게 된 거예요.고양이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고양이들을 쫓아내려고 일부러 죽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비명소리가 들릴 때마다 또 죽는구나 싶어 밖으로 나가 헤매는 일이 반복됐다. ...
  • […에필로그] "자랑스럽게 살지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 말자"…'시국사건 1호' 한승헌 변호사

    "자랑스럽게 살지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 말자"…'시국사건 1호' 한승헌 변호사

    ■“지옥에서 만난 하나님 같았다”스물여섯의 장영달은 ‘서울구치소’에 갇혔다. 서대문 형무소 자리다. 1974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구속됐다. 면회도 금지됐다. 가족은커녕 외부사람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그저 두들겨 맞으며 조사 받았다. 지옥 같은 날이 수개월 이어지던 어느 날, 면회실로 불려갔다. 추운 겨울이었다. 175㎝, 당시 기준 건장했던 청년 장영달 앞에 키가 한뼘은 작은 왜소한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안경 너머로 눈빛이 빛났다. “한승헌 변호사입니다.” 한 변호사는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자격으로 구치소에 들어왔다. 민청학련 구속자들 변호를 위해서다. 서슬퍼런 교도소 안에서 그는 아무 눈치도 보지 않았다. 이것저것 질문하며 ‘하고 싶은 말 하라’고 용기를 복돋았다. 그는 실제보다 더 커보였다. 일흔넷의 장영달은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옥에서 하나님을 만난 기분이었지. 그 상황에서 변호사라...
  • 6000쪽짜리 책 '법전' 만드는 이들…“세상 만큼 법도 복잡해져”

    6000쪽짜리 책 '법전' 만드는 이들…“세상 만큼 법도 복잡해져”

    표준국어대사전에 ‘법전’(法典)의 뜻을 찾으면 “국가가 제정한 통일적ㆍ체계적인 성문 법규집”이라고 나오지만, 법전은 애초에 출판사인 현암사에서 1959년부터 만들어온 법령집의 상품명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법률집으로 꼽히는 이 상품, 즉 법전은 이제 사전처럼 두꺼운 형태의 법령집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 법전 편집·제작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윤지현 현암사 법전팀 편집장과 처음 연락한 건 지난 1월이었다. 윤 편집장은 “법전 출간을 앞두고 있어 너무 바빠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2022년판 법전을 출간한 뒤에야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4월25일 법의 날을 며칠 앞둔 금요일 오후 드디어 서울 마포구 현암사에서 윤 편집장과 김희윤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날’. 법전을 만드는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하루 300건 몰아치기 법안 통과에 ‘진땀’윤 편집장과 김 팀장은 우선 ...
  •  '생긴 모습 자연스럽게' 당신의 얼굴을 고쳐드립니다

    '생긴 모습 자연스럽게' 당신의 얼굴을 고쳐드립니다

    ■ 드로우 투 해븐’, 환한 얼굴 남겨주는 초상화 전문가 김찬곤씨‘얼굴 예쁘게.’ 빛바랜 사진에 종이 한 장이 붙어있었다. 1994년 10월 찍힌 이 사진의 주인공은 흰머리를 한 여성이다. 그는 차 뒷 좌석에 앉아 비스듬히 카메라를 바라봤다. 종이에는 ‘옆·뒷 머리 커트’ ‘저고리’ 같은 요구사항들이 잘 보이게 적혀있다. 초상화·사진 복원 전문가인 김찬곤씨(65)는 사진을 서류봉투에 넣어 책상 한켠에 뒀다. 그곳에는 이런 서류봉투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김씨가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모니터엔 구겨지고 찢어진 자국이 선명한 사진이 보였다. 왼손은 키보드에, 오른손은 마우스를 대신한 타블렛 펜을 쥐고 쉼 없이 움직였다. 그는 언제 찍혔는지 알 수 없는(“1960~70년대쯤 찍혔나…”) 사진을 띄워놓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따로 찍힌 노부부의 사진을 나란히 앉아 함께 찍은 듯한 사진과 영정사진으로 편집하는 중이다. 심하게 찢기고 구겨진 여성의 사진에 손이 더 ...
  • 길에서 맞은 '60세 정년'···해고노동자 김하경씨는 퇴근하지 못했다

    길에서 맞은 '60세 정년'···해고노동자 김하경씨는 퇴근하지 못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1항)“오늘이 제 정년 날이라고 합니다.” 꿈 꾸던 모습은 아니었다. 시원하고 섭섭한 기분으로 마지막 작업을 한 뒤 일터를 떠나야 했을 그날. 그는 거리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2022년 3월31일의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 김하경씨(60)는 길 위에서 정년을 맞았다. 집에 가는 대신 밤새 농성장을 지켰다. 오전 5시30분,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양치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다. 긴머리는 질끈 묶었다. 인천 계양구의 집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20분에 한 대씩 오는 마을버스를 타야한다. 썬크림, 비비크림에다 몇몇 짐을 챙긴 뒤 오전 6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인천 지하철 갈산역에 내려 열차를 타고 부평역에서 ‘용산행 특급’으로 갈아탔다. 용산역에선 다시 서울 시내로 향하는 열차로 바꿔탔다. 회사에 다닐 때는 통근버스가 있었다. 매일 앉아서 40여분이면 일터에...
  • 청와대와 통의동 사이… 분수대앞 시위가 사라졌다

    청와대와 통의동 사이… 분수대앞 시위가 사라졌다

    ■오전 10시20분택시를 타고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로 가는 길에 검문검색이 있었다. 효자로 위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택시를 세워 뒷좌석에 앉은 나에게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분수대 앞에 갑니다.” “왜 가시죠?” “기자입니다.” “기자회견에 가시나요.” “…네네.” 대충 둘러대며 답을 하니 길을 터줬다. 어렵게 분수대 앞 공원에 도착했다. 양복을 입은 남성 두명이 다가왔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나요?” “기자입니다.” 질문은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어디 소속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 혼자 온 것인지 등을 물어보았다. “신고되지 않은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있을 수 있어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바지에 나름대로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수상하게 보였나보다. 양복 남성들은 청와대 주변을 경호하는 202경비단 소속의 경찰관들이다. 청와대는 경외를 202경비단이, 경내는 101경비단이 맡아 경비·경호를 선다. 경호처의 업무를 지원하는 서울지방경찰청 ...
  • […에필로그]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시각장애인 활동가 오병철 소장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시각장애인 활동가 오병철 소장

    “병철아 나 왔어.” 2022년 2월21일 화요일 오후, 인터뷰 작가 문세경씨가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병철 소장(53)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 세경이 왔구나. 너 키 많이 컸다.” 희미하게 윤곽만 볼 수 있는 시력에도 40여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이 낯설지 않았다. 둘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짝꿍’이었다. 5학년 때 세경씨가 전학을 갔으니 다시 만난 게 42년 만이다. 연락이 닿았던 건 2016년, 오 소장이 세경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이라고 했다. 세경씨는 오 소장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가보다 했다. 올해 초 6년 만에 다시 메일이 왔다. 오 소장은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세경씨가 쓴 책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를 읽었다고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쓴 인터뷰집이다. 세경씨에게 애착이 큰 책이다. 책을 읽었다는 친구의 연락이 반갑게 느껴졌다. 카카오톡으로 대화가 이어...
  • 2007 여수, 갇힌 사람들 - 절단기로 문을 열자 시체가 나왔다

    2007 여수, 갇힌 사람들 - 절단기로 문을 열자 시체가 나왔다

    ■#1. 꽃도, 구름도 없었다동 트기 3시간 전, 그믐을 향하는 달이 아직 동쪽에 가까울 때였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조용하고 어두운 깊은 새벽, 여수소방서 출동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 발생.”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 119구조대의 갑(甲)조 근무 날이었다. 조양현 팀장(현 전남소방본부 안전보건팀장)이 팀원 2명과 급히 구조대 차량에 올랐다. 투시 랜턴, 만능 도끼, 산소호홉기, 절단기…. 구조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차에 실려있었다. 소방차도 뒤따랐다. 설을 1주일 앞둔 2007년 2월11일 일요일, 새벽 4시 4분이었다. 여수소방서가 있는 시청 앞 로터리에서 출입국사무소까지는 평일 낮이라면 차로 10분쯤 걸린다. 새벽의 도로는 한산했다. 신고 5분이 채 안 돼 출입국사무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700m쯤 떨어진 건물에선 별 다른 화재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소방 은어로 꽃은 불꽃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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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학생들, 타 학교로 이동하다. 카불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휴정 기념회
주간 청중의 날, 서커스 공연을 보는 교황 아르헨티나까지 이어진 겨울 산불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기념과 희생자 추모식 이란-타지키스탄 공화국 대통령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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