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은퇴한 지 1년 반 만에 ‘은퇴식’, 만원관중 앞에서 떠난 ‘LG의 심장’ NO.33

김은진 기자

LG 박용택 ‘유쾌한 굿바이’

LG 레전드 박용택이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자신의 은퇴식으로 열리는 LG-롯데전에 앞서 시구를 마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LG 레전드 박용택이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자신의 은퇴식으로 열리는 LG-롯데전에 앞서 시구를 마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년간 통산 최다 안타 등 발자국
등번호 33, 구단 세 번째 영구결번
선수시절 별명들 유니폼에 새긴
후배 이벤트에 “졸렬택 없어 실망”
롯데에 4 대 1 승 ‘화려한 피날레’

코로나19 때문에 은퇴한 지 1년 반 만에 열리는 은퇴식, ‘울보택’ 박용택(43)은 울컥하고 말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팬들이 “19년 동안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하자 눈시울이 일찌감치 뜨거워지고 말았다.

‘LG의 심장’ 박용택이 만원관중 앞에서 공식 은퇴했다. 후배들은 레전드 선배에게 승리 선물을 안겼다. 그가 19년 동안 달았던 등번호 33은 이날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LG는 3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박용택의 은퇴식을 열었다. LG 선수단은 이날 별명이 많기로 유명한 박용택의 별명 중 하나씩을 골라 33번과 함께 유니폼에 새기고 경기했다. 휘문고 후배인 선발 임찬규는 ‘휘문택’, 중심타자 김현수는 ‘용암택’, 채은성은 ‘울보택’, 문보경은 ‘사직택’으로 경기에 나섰다.

은퇴식 전, 오랜만에 인터뷰를 한 박용택은 “별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어제 잠이 오질 않아 새벽 4~5시쯤 잔 것 같다. 오늘은 (방송 해설위원인) 내가 유일하게 LG를 응원할 수 있는 날이다. (선발) 임찬규에게 정신 바짝 차리고 던지라고 했다. ‘야구인생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박용택은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해 2020년까지 통산 2236경기에서 타율 0.308에 2504안타, 213홈런, 1192타점, 1259득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안타·최다 경기·최다 타석(9183타석)·최다 타수(8193타수)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역대 최초로 200홈런·300도루 기록과 10년 연속 3할, 7년 연속 140안타의 대기록도 세운,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 타자다. 19년 동안 한 번도 다른 데로 눈길 돌리지 않고 L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승을 못했고 국가대표로 활약이 미미했다며 선수협이 준비하려던 ‘은퇴투어’에 찬반 논쟁이 붙을 정도로 타 팀 팬들로부터는 ‘미움’도 받았다. 2009년 타격왕 사건은 결정적으로 박용택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타격왕에 오르고도 ‘졸렬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공식 석상에서도 “그때는 내가 어리석었다”고 사과했지만 꼬리표는 따라다녔다.

박용택은 “후배들 중 아무도 ‘졸렬택’을 택하지 않아 가장 실망스럽다. 처음에 (정)우영이가 한다고 들었는데 팬들한테 안 좋은 소리 많이 듣고 힘들었다고 들었다”며 “오늘이 마침 (당시 타격왕을 다퉜던 홍성흔 소속) 롯데전이라 ‘졸렬택’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다. 나만의 방식대로 또 (과거의 일들을) 풀 수 있는 것인데 아쉽다. 그래도 ‘용암택’이 가장 좋은 별명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무엇보다 가슴에 가장 크게 남는 ‘한’은 역시 한 번도 우승반지를 끼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은 것이다.

박용택은 “지난해 은퇴하고 해설위원으로서 KT가 우승하는 모습을 봤다. 공교롭게 나와 정말 친한 박경수가 KT에 가서 우승하는 모습, 유한준이 은퇴 시즌에 첫 우승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게 너무너무 부럽고 너무너무 아쉬웠다. 19년 동안 저걸 한 번도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생각했다”며 “오늘 특별 엔트리로 하루 등록돼 뛰는데 올해 우승하면 반지는 달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용암택’이 은퇴한 이날, 2만3750명이 입장해 올 시즌 개막 이후 잠실구장 첫 매진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29일 LG-두산전 이후 1008일 만에 매진됐다.

만원관중 앞에서 박용택은 경기 전 은퇴식을 했고, ‘33 박용택’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채 시구한 뒤 3번 좌익수로 선발라인업에 등록돼 그라운드에 섰다. 플레이볼 직후 교체되는 박용택을 향해 만원관중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에서는 박용택을 등에 업은 후배들이 힘을 냈다. 선발 임찬규가 5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채은성은 1-1이던 7회말 2사 2·3루에서 중월 2루타로 결승 2타점을 올렸다. 3위 LG는 4-1로 롯데를 잡고 선배의 은퇴식에 소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b>김용수·이병규…영구결번 ‘전설’들과 함께</b> 박용택(가운데)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LG의 기존 영구결번 주인공인 이병규 코치(왼쪽)와 김용수 전 코치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수·이병규…영구결번 ‘전설’들과 함께 박용택(가운데)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LG의 기존 영구결번 주인공인 이병규 코치(왼쪽)와 김용수 전 코치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뒤에는 영구결번식이 열렸다. 박용택의 33번은 김용수(41번), 이병규(9번)에 이은 트윈스 구단 세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박용택은 영구결번식을 마친 뒤에는 ‘무제한 사인회’를 열어 마지막까지 팬과 함께했다.

한편 선두 SSG는 KIA를 3-2로 꺾고 4연승을, 2위 키움은 한화를 2-1로 물리치고 8연승을 달렸다. KT는 선발 소형준의 7이닝 무사사구 무실점 역투 속에 두산을 6-0으로 꺾고 4연승을 거두며 단독 4위가 됐다. 소형준은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9승째(2패)를 신고하고 다승 공동 2위로 올라섰다. NC는 삼성을 11-6으로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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