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너무 무서워요”···‘가족’이라던 반려동물 버리는 사람들

윤희일 선임기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19년 추석 연휴를 맞아 ‘유기동물 예방 캠페인’을 벌일 때 사용한 포스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19년 추석 연휴를 맞아 ‘유기동물 예방 캠페인’을 벌일 때 사용한 포스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이제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가족’이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반려동물이 숨졌을 때,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부의금이나 장례용품을 주고받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인 반려동물을 도중에 버리는 사람도 많다. 특히 집을 떠나 외지에서 장기간 숙박을 해야 하는 추석 연휴나 피서철 등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슬며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나 동물보호단체가 피서철이나 추석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을 버리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추석 연휴·피서철에 버려지는 ‘가족’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집계한 유기(일부러 버리는 것)·유실(분실하는 것) 동물은 38만2907마리로 나타났다. 연평균 12만7635마리가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유기·유실되는 동물은 350마리에 이른다.

유기동물 수를 2개월 단위로 나눠서 살펴보면, 유기·유실 동물이 가장 많은 시기는 휴가철이 끼어있는 7~8월로 나타났다. 2019~2021년 7~8월에 유기·유실된 동물의 수는 7만6465마리였다. 그다음으로 많은 시기는 가정의 달이 끼어있는 5~6월(7만3746마리)과 추석 연휴가 포함된 9~10월(6만9856마리)로 집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조된 유기·유실 동물 중 유기 동물과 유실 동물의 비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당수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기·유실됐다가 구조된 동물 중에서 원래 키우던 사람이나 새로 입양할 사람에게 가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1년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유기·유실 동물 중 원래 키우던 사람에게 돌아간 경우는 11.9%이고, 다른 사람에게 분양되는 경우는 32.1%인 것으로 분석됐다. 25.8%는 자연사하고, 15.7%는 안락사를 당한다.

“가족이라면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

연중 발생하는 동물 유기·유실이 7~8월에 특히 많이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8일까지 휴가지·피서지는 물론 주거지역 등에서 ‘반려동물 유기·유실 및 학대 방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019년 추석 연휴를 맞아 ‘유기동물 예방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 단체는 당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4곳에 동물 유기가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알리는 포스터를 부착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

당시 이 단체가 만든 포스터에는 “동물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가족이라면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이번 추석 연휴에 동물 유기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 조치로 귀성객이 적었지만, 올 추석에는 거리두기 조치의 해제로 고향으로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은 느는데 ‘책임의식’은 제자리….“사전교육이수제 등 필요”

반려동물의 유기가 늘어나는 핵심적인 이유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입양에 따른 책임 의식은 높아지지 않는 것이 꼽힌다. 반려견의 경우 평균 15년 정도 사는데 키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의료비가 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 없이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양육을 포기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사전에 교육을 받도록 하는 ‘사전교육이수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9일 제언했다.

정부도 사전교육이수제 등의 대책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행 시기는 미지수다. 안영창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사무관은 “사전교육이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물등록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등록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 키우던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등을 유기하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공동대표는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 등록률을 높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등록을 하게 되면 충동적으로 유기를 생각하다가도 그런 생각을 단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거나 피서철 등에 휴가를 떠나기 위해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된다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펫호텔 등 위탁관리업소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전국에는 약 4700여개의 반려동물 위탁관리업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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