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왜 새벽에 SRBM 발사했나···미 항모 ‘종이호랑이’ 취급

박광연 기자    유정인 기자
북한이 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9일 심야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한 타격목표별 맞춤형 발사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합의에 따라 한반도 해역에 재진입했던 미 항모강습단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은 북한 노동당 창건 77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시48분경부터 1시58분경까지 북한 강원도 문천(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 약 350㎞, 고도 약 90㎞, 속도 약 마하 5(음속 5배)로 탐지됐다.

북한이 심야 시간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올해 처음이다. 북한의 심야 미사일 발사는 2018년 8월 3일 오전 2시 59분과 오전 3시 23분에 초대형 방사포(KN-25)를 쏜 이후 약 4년 2개월여 만이다. 한국군이 지난 4일 야간 시간대에 발사했다가 낙탄 사고를 일으킨 현무-2C 탄도미사일과 견주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전술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는 여러 장소에서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등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남 순천 일대에서 2발, 이달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6일 평양 삼석 일대에서 2발을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4일에는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쏴 일본 상공을 넘겼다.

북한은 발사 시간과 장소를 다양하게 선택하는 타격목표별 맞춤형 발사를 통해 양산·배치·실전화한 탄도미사일의 사용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문천은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고, 평양 삼석구역은 발사 장소로 처음 등장했다. 지난 6일 KN-23과 KN-25를 섞어 쏘면서 표적을 알섬이 아닌 다른 곳을 선택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사할 경우 원점 타격과 요격은 어렵게 된다. 유사시 실전 상황에 대비하고 한·미 요격 및 대응체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국방성 대변인이 동해에 재진입한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모강습단이 7일부터 이틀간 동해에서 한·미 해상 연합기동훈련을 재차 실시한 것을 비방한 지 약 15시간 만에 나왔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와 연합훈련에 대한 공세적 반발 차원의 도발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미 항모강습단의 동해 재진입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못한 꼴이 됐다.

앞서 북한의 IRBM 도발 이후 미국은 전략자산인 항모를 지난 5일 다시 동해로 보냈고 6일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이 실시됐다. 북한은 지난 6일 폭격기 4대와 전투기 8대로 시위성 편대군 비행에 나서 공대지 사격훈련으로 응수하는 등 ‘강 대 강’ 대치로 나섰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 추가 전개에도 이번처럼 도발을 계속할 경우 미측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한·미는 이날 김승겸 합참의장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공조 회의를 통해 북의 미사일 발사 직후 상황을 공유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뿐 추가적인 대응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연이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최근 북한 미사일 도발 일지

[뉴스분석] 북은 왜 새벽에 SRBM 발사했나···미 항모 ‘종이호랑이’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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