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커크 선장 샤트너 “우주여행, 장례식처럼 슬픈 경험”

박은하 기자

우주여행 경험담은 책 출간

“우주에서 본 것은 죽음뿐”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 호소

윌리엄 샤트너가 2021년 10월 13일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에 탑승해 이륙 전 엽소를 보이고 있다./블루오리진 공개

윌리엄 샤트너가 2021년 10월 13일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에 탑승해 이륙 전 엽소를 보이고 있다./블루오리진 공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국 TV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우주비행선 선장 제임스 커크를 연기했던 배우 윌리엄 샤트너(91)는 지난해 10월 진짜 우주여행의 꿈을 이뤘다.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을 타고 상공 106km까지 다녀온 것이다. 샤트너는 이 우주여행을 두고 “장례식과도 같은 슬픈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샤트너가 우주여행의 경험을 담아 최근 출간한 책 <대담하게 가라 : 경이롭고 신비한 삶의 반향>의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샤트너는 책에서 “(우주에는)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 내가 본 것은 죽음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에서 “차갑고 어둡고 검은 공허함을 봤다. 지구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어떤 암흑과도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의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지구의 곡면과 사막의 베이지색, 구름의 흰색과 하늘의 파란색을 볼 수 있었다”며 “그것은 생명이었다. 나는 어머니 지구를 떠나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윌리엄 샤트너가 탑승한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트’가 지난해 10월 13일 우주비행을 하며 촬영한 영상 / 로이터영상 캡쳐

윌리엄 샤트너가 탑승한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트’가 지난해 10월 13일 우주비행을 하며 촬영한 영상 / 로이터영상 캡쳐

샤트너는 우주여행에서 “궁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압도적이고 강한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의 지독한 차가움과 따뜻한 대지의 대비가 나를 압도적인 슬픔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우리는 우리 손에 의해 지구가 더 파괴될 것이라는 지식을 접하고 있다”며 50억 년 동안 진화해 온 동식물의 멸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류의 간섭으로 (생명체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나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샤트너는 “나의 우주여행은 축하할 일이 돼야 했지만 오히려 장례식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샤트너는 다른 우주 비행사들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전했다. 우주비행 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조망 효과는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 공간에서 유일무이한 지구를 바라보면서 지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고 인류에 대한 사랑과 친밀감이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작가 프랭크 화이트가 1987년 사용한 개념으로 유리 가가린, 마이클 콜린스, 샐리 라이드 등 많은 우주 비행사들이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샤트너는 “(우주여행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인간 관계의 힘에 대한 나의 견해를 열 배로 강화했고, 그것은 내 마음에 희망의 감정을 돌려줬다“면서 “그것은 우리의 행성과 생명을 위해 우리 자신을 다시 헌신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샤트너는 지난해 10월13일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이자 위성영상회사 플래닛의 공동창업자인 크리즈 보슈이즌, 소프트웨어 회사 메디데이터의 공동설립자인 글렌 드 브리스, 블루 오리진 비행 운영 담당 부사장 오드리 파워스과 함께 블루 오리진의 두 번째 민간인 대상 우주여행에 참여했다. 우주선은 지상 106km까지 도달해 지구를 바라보며 10여 분간 비행했다. 그는 이 비행으로 최고령 우주 여행자가 됐다. 지상으로 돌아온 뒤 마중 나온 베이조스와 마주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샤트너가 우주여행을 가기 전부터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찍이 목소리를 낸 배우 중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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