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듯 일어서며 비틀비틀 춤을 춘다 인생처럼···‘중력을 가지고 노는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 첫 내한

선명수 기자

중력을 테마로 서커스와 현대무용 결합

빠르게 회전하는 판자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달리고 끌어안고 버티는 움직임 통해

인간이 가진 ‘균형의 위대함’ 은유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가 처음 한국 무대를 찾는다. 사진은 계단과  트램펄린을 활용한 그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푸가/트램펄린>의 한 장면으로, <오프닝2>라는 제목의 최신 버전으로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다. ⓒPascale Cholette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가 처음 한국 무대를 찾는다. 사진은 계단과 트램펄린을 활용한 그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푸가/트램펄린>의 한 장면으로, <오프닝2>라는 제목의 최신 버전으로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다. ⓒPascale Cholette

천천히 계단을 오르던 한 남자가 갑자기 계단 옆으로 추락한다. 트램펄린 바닥의 반동으로 튀어오른 남자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계단 위로 올라서고, 정상을 향해 걷다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되는 추락과 반동. 마치 영상을 거꾸로 재생한 듯 떨어진 모습 그대로 사뿐히 계단에 올라서는 과정이 반복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된 1분30초 분량의 이 짧은 영상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의 <오프닝2>를 촬영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작품으로 변주되어온 그의 대표 퍼포먼스를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동명의 음악(Opening)에 맞춰 지난 10월 완성한 최신 버전이다.

요안 부르주아는 ‘중력을 가지고 노는 안무가’라 불린다. 서커스와 현대무용을 결합해 ‘중력’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애플의 에어팟, 패션브랜드 갭(GAP)의 광고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안무가다.

그가 화제를 모은 최신작 <오프닝2>와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기울어진 사람들>로 한국 무대를 찾는다. 두 작품 모두 국내 초연이다.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 <기울어진 사람들>의 한 장면. ⓒGeraldine Aresteanu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 <기울어진 사람들>의 한 장면. ⓒGeraldine Aresteanu

25~27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르는 <기울어진 사람들>은 2014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부르주아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대표작이다. 회전하는 무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힘의 역학, 인간이 가진 균형의 위대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정사각형의 테이블 위에 다섯 명의 무용수가 위태롭게 서 있다. 빠른 속도로 돌며 흔들리는 이 판자 위에서 무용수들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회전을 거슬러 달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버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히트곡 ‘마이 웨이(My Way)’의 담담한 선율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쓰러지기 직전까지 무용수들을 몰아붙이는 역설적인 연출과 안무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부르주아가 직접 선보이는 솔로 무대 <오프닝2>도 같은 기간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선보인다. 10분 남짓의 짧은 퍼포먼스로, 애크러배터로서 부르주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기울어진 사람들>의 공연 전과 후 1일 2회씩 공연한다.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 <기울어진 사람들>의 한 장면. ⓒGeraldine Aresteanu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 <기울어진 사람들>의 한 장면. ⓒGeraldine Aresteanu

서커스에 뿌리를 둔 부르주아는 서커스와 무용의 경계를 허문 안무가로 꼽힌다. 어린 시절부터 서커스를 배운 그는 프랑스 국립서커스학교(CNAC)와 국립현대무용센터(CNDC)에서 서커스와 현대무용을 동시에 수료한 유일한 학생이었다. 마기 마랭 무용단에서 4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뒤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를 창단해 안무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턴테이블, 트램펄린, 추, 시소 등을 활용해 중력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세계 무용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부르주아는 2016년엔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안무센터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프랑스 국립기관의 예술감독이 된 최초의 서커스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7년 프랑스 파리 판테온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역사의 역학>과 이를 영상화한 댄스 필름 <위대한 유령(The Great Ghosts)>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력을 가지고 노는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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