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자의 끈질긴 독일 기업 파헤치기···‘스캔들 :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

임지선 기자
[오마주] 영국 기자의 끈질긴 독일 기업 파헤치기···‘스캔들 :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스캔들: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에 나오는 댄 매크럼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 넷플릭스 제공

<스캔들: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에 나오는 댄 매크럼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 넷플릭스 제공

경제 뉴스는 유익하지만 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어렵기 때문이죠. 몇년전 영국과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 사건이 있었습니다. ‘와이어카드’의 회계부정 사건입니다. 회계부정… 일단 어렵죠? 어려운 내용을 조금 더 쉽게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를 소개해드립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스캔들 :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 댄 매크럼은 탐사보도팀 소속입니다. 재무제표를 따져보던 그의 눈에 독일의 와이어카드라는 핀테크 업체가 들어옵니다. 전자 결제 대행을 하는 회사였죠. 독일에서 와이어카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회사로 크리라는 기대를 한껏 받고 있었습니다. 한때 시가총액이 독일에서 제일 큰 도이치뱅크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끈 회사였습니다.

댄 매크럼은 제보자로부터 전화와 서류를 전달받습니다. 와이어카드가 매출이 없는데 허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첫 보도를 했습니다. 유럽 금융 시장은 놀랐지만 독일 금융당국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합니다. 심지어 독일의 DAX 지수에도 편입이 됩니다. 건실한 종목이라는 인정을 받은 셈이죠.

<스캔들 :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의 한 장면.  상승하고 있는 와이어카드의 주가 시세표. 넷플릭스 제공

<스캔들 : 와이어카드를 폭로하다>의 한 장면. 상승하고 있는 와이어카드의 주가 시세표. 넷플릭스 제공

오히려 독일에선 괜히 독일 기업을 공격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난합니다. 독일의 민족감정이 작용한 거죠. 이 기자가 공매도 세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얽힙니다. 공매도는 회사 주식이 떨어지는데 베팅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매크럼이 공매도 세력과 모의해서 이 회사에 악영향을 줄 기사를 쓰고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모함을 받게 된 겁니다. 매크럼은 정직 상태에서 사내 윤리 조사까지 받습니다. 그 와중에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는 와이어카드에 투자를 해 이 회사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매크럼에게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대적으로 반격을 준비합니다.

매크럼은 이때 이 회사의 전직 아시아 법무팀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습니다. 이 회사가 허위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을 실토한 거죠. 관련 서류 일체를 전달받고 매크럼은 분석에 들어갑니다. 와이어카드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매크럼을 미행합니다. 매크럼은 와이어카드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노트북에 해킹 차단 장치를 설치하고, 노트북을 회사 사무실 제일 가운데 방 금고에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합니다. 누가 뒤쫓아올까봐 지하철 열차에서 내릴 때도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내립니다. 따라오지 못하도록요. 목숨을 건 취재였습니다.

마침내 매크럼과 동료 기자는 와이어카드가 허위 매출을 일으킨 필리핀의 회사 사무실을 찾아냅니다. 역시 현장 취재가 중요합니다. 가보니, 사무실이 아니라 가정집이었습니다.

여러번의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승리합니다. 조사 결과 이 회사 장부에 기록된 19억 유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와이어카드는 이를 인정하고 파산합니다.

와이어카드의 CEO(최고경영자) 마르쿠스 브라운은 나중에 ‘나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실제로 COO(최고운영책임자) 얀 마르샬레크가 벌인 일이라는 식입니다. 얀 마르샬레크는 이 영화에선 러시아의 정보기관에 포섭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나중에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도주했다고 추정됩니다.

이 영화는 무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매크럼 기자의 끈질긴 취재 과정을 담았습니다. 영국과 독일의 대결까지 여러가지 쟁점이 담긴 이슈입니다. 다만 전개방식이 느슨하고 산만해 집중도는 떨어집니다. 이 회사 주식에 관여된 공매도 세력을 비롯해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로 추정되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나오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회계 부정 사건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경제 이슈에 관심이 많다면 시간을 들여 볼만 합니다.

‘똑똑’ 지수 ★★★★ 경제 사건을 쉽게 알고 싶다면 추천!

‘빠름’ 지수 ★★ 전개가 산만함. ‘꼬꼬무’ 제작진에게 배워서 다시 만들어줬으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스캔들 추적기? #shorts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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