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한가운데 폭탄이 떨어진다면…‘난민’이라는 보통 사람 이야기 ‘더 스위머스’

임지선 기자
넷플릭스 <더 스위머스(The Swimmers)>의 한 장면. 동생 유스라와 언니 사라, 사촌 니자르(왼쪽부터)는 어두캄캄한 바다를 겨우 작은 보트 하나에 의지한 뒤 육지에 다다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더 스위머스(The Swimmers)>의 한 장면. 동생 유스라와 언니 사라, 사촌 니자르(왼쪽부터)는 어두캄캄한 바다를 겨우 작은 보트 하나에 의지한 뒤 육지에 다다른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 수영장 한가운데 폭탄이 떨어진다면…‘난민’이라는 보통 사람 이야기 ‘더 스위머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살려고 맨몸으로 바다 건넌 시리아의 두 영웅 이야기 〈더 스위머스(The Swimmers)〉#shorts

TV 화면이나 스크린에서 아랍 여성을 만나보신 적 있으신가요. 넷플릭스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는 스크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리아의 두 여성 영웅에 관한 실화입니다. 슬픔을 쥐어짜고 고통을 극대화한 뒤 찾아오는 희열을 보여주는 흔한 영웅담으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를 감독은 다르게 보여줍니다. 감독은 전쟁과 난민, 그리고 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극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고 넌지시 서술합니다.

영화는 내전을 겪고 있는 2015년 시리아에서 시작합니다. 시리아 수영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사라와 유스라. 유스라는 특히 유망주입니다. 아버지는 그의 코치입니다. 아버지는 유스라가 ‘시리아 국가대표’ 마크 달기를 열망합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폭탄이 날아오지만 이들은 가족과 파티를 하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길 건너 폭음이 들리지만 일상은 지속되니까요.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씩 독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언니 사라는 동생 유스라와 함께 독일로 가고자 합니다. 언니는 유망주인 동생이 계속 수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독일행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반대합니다. 사라와 유스라가 ‘딸’들이기 때문입니다. 여자 둘이 그 먼 길을 떠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영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 중 수영장으로 폭탄이 떨어집니다. 시리아에선 국가대표 출전은커녕 평범한 일상조차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결심합니다. 사촌오빠 니자르와 함께 이들을 떠나보냅니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길, 작은 보트에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올라탑니다. 저마다 ‘일상의 꿈’을 보트에 싣습니다. 위태위태해 보이는 보트는 바다 한가운데서 엔진이 멈춥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극적으로 구성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저들이 무사히 유럽 땅에 도착할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이들은 생사의 고비를 넘겨가며 가까스로 육지를 발견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섬을 걸어나오는데 길 양 옆에는 버려진 수많은 구명조끼가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보트 하나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살아났다고 해서 다 이룬 게 아니었습니다. 전쟁을 피해 도망 나온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아줄 독일로 가야했습니다. 육지 이동이라고 쉬운 건 아닙니다. 험난한 여정이라고 표현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목숨을 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독일에 도착해도 난민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선 또 다시 긴긴 서류 작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시리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에서 사라와 유스라, 니자르가 독일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에서 사라와 유스라, 니자르가 독일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더 스위머스>는 유망주 유스라만 조명하지 않습니다. 언니 사라의 삶도 비춥니다. 사라는 바다를 겨우 건너고 마주했던 ‘구명조끼 산’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구명조끼를 벗을 수 없었던 이들도 있을테지요. 사라는 그들을 돕습니다. 샐리 엘 호사이니 감독은 “이 영화는 영감을 주는 두 영웅에 관한 것”이라면서 “유스라는 유명한 사람이지만 사라는 숨은 영웅”이라고 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사라가 처한 상황을 자막 처리해주는데 이 이야기를 좀 더 담았으면 어땠을까 아쉽습니다.

이 영화를 두고 외국에선 아랍인들에 관한 서사인데도 배우들이 영어를 쓰고 서양의 관점으로만 바라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민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가득한 한국에선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동정과 혐오를 넘어 ‘난민’도 희망과 꿈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을 원하는 ‘보통 사람들’일뿐 이라는 시선을 갖기 위해서 말이죠. 영화 <더 스위머스>가 어둡거나 무겁지 않은 이유입니다.

*토닥토닥 지수 ★★★★ / 영화를 보고나면 지금도 어디선가 바다를 건널 그들을 떠올리며.

*색안경 지움 지수 ★★★★ / 난민을 ‘색안경’ 끼고 보지는 않았는지 반성.

넷플릭스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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