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무능력’이야···‘나만 빼고 초능력’

디즈니플러스 <나만 빼고 초능력>의 한 장면. 제니퍼(머레이드 타이어스)와 친구 캐리(소피아 옥세넘)는 함께 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오마주]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무능력’이야···‘나만 빼고 초능력’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입사 면접을 보러 간 제니퍼(머레이드 타이어스). “오는 길은 어땠어요?” 면접관이 묻습니다. “끔찍했어요. 돈이 없어서 버스를 탔죠. 오는 내내 긴장돼서 바지에 똥을 지릴 뻔했어요. 늦잠을 자서 아침에 화장실을 못 갔거든요.” 제니퍼는 답합니다. 제니퍼가 눈치 없거나 막 나가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면접관에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을 뿐이죠. 드라마 <나만 빼고 초능력(extraordinary)>은 누구나 초능력이 있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초능력은 18번째 생일 즈음에 생깁니다. 성인이 되면서 하늘을 날거나, 손가락 끝에서 불이 나오거나, 동물과 대화를 하거나,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대중적인’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하면 조금은 낯선 능력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피부가 닿은 상대방에게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능력, 똥을 싸듯 앉으면 엉덩이로 3D 프린트를 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이든 PDF파일로 바꾸는 능력 등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제니퍼는 25살이지만 아무 능력이 없습니다. ‘아직 능력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동정의 눈빛으로 제니퍼를 내려다 봅니다. 특출난 능력이 없는 제니퍼는 초능력자의 세계에서 되려 별난 존재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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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머레이드 타이어스)는 자신의 능력이 매운 것을 잘 먹는 게 아닐까 시험하다가 결국 마트로 달려와 계산도 하지 않은 우유를 마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초능력이 생긴 이들이 영웅이나 악당이 되지만 이 드라마의 초능력자들은 그냥 자신의 인생을 삽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주인공에게 여러 능력을 한꺼번에 주는 건 이 때문일까요? 영화에는 하늘을 날면서 오래 달리기도 잘하고, 빠르고,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하는 히어로들이 곧잘 등장하죠. 그러나 이곳의 초능력자들은 벽을 통과하다가 벽이 너무 두꺼운 나머지 사흘동안 끼어있거나 빠른 스피드를 가졌지만 싸움은 못해서 시비가 걸려도 도망치기만 할 뿐입니다. 초능력자들은 그저 집세를 내기 위해 일하고, 연애에서 거듭 실패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평범한 청년들입니다.

제니퍼는 파티 용품과 의상을 대여해주는 가게에서 일합니다. ‘진짜 직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죠.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루크(네드 포르테우스)는 자신이 내킬 때만 제니퍼를 찾아왔다가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립니다. 제니퍼는 능력만 찾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무능력자들이 능력을 찾게 해 주는 ‘클리닉’도 존재하는데요. 치료비가 1만2000파운드(한화 약 1997만원)에 달합니다. 제니퍼는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능력을 찾기 위한 작전을 세웁니다.

청년층을 다룬 여느 영국 드라마들처럼 주인공들의 행동이 거칠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니퍼와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개를 훔치거나 남의 사무실에 오줌을 싸기도 하거든요. 괴이한 행동을 하긴 하지만 이들, 어딘가 친숙하고 공감이 갑니다. 모두가 훌륭한데 나만 하찮은 것 같은 기분, 다들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을 저도 알거든요. 판타지 드라마의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이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터무니없는 농담으로 가득한 영국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한 화당 30분 정도의 분량이고, 시즌1은 8화로 구성돼 있습니다. 시즌2도 제작이 확정됐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