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풍자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6

백승찬 기자
<블랙 미러> 시즌 6 중 ‘존은 끔찍해’의 한 장면. 유명 배우(셀마 헤이엑, 오른쪽)가 주인공 존의 삶을 연기하는 드라마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방영된다.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 시즌 6 중 ‘존은 끔찍해’의 한 장면. 유명 배우(셀마 헤이엑, 오른쪽)가 주인공 존의 삶을 연기하는 드라마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방영된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넷플릭스를 풍자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6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검은 거울’(블랙 미러)을 보면서 살아갑니다. 눈을 뜨자마자 검은 거울, 직장이나 학교에서 검은 거울, 집에 돌아와서도 다시 검은 거울입니다. ‘검은 거울’은 무엇일까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낼 것 같은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활성화되지 않은 스마트폰 액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렴풋이 당신의 얼굴을 비추다가도 활성화되자마자 순식간에 당신의 주의를 앗아가는 액정이 검은 거울 같지 않나요. 텔레비전이나 노트북의 화면,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에 달린 작은 모니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 <블랙 미러>는 2011년 처음 방영된 옴니버스 시리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현대의 미디어, IT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건들을 SF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냅니다. 영국 공주 납치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시즌1 ‘공주와 돼지’), 의식을 업로드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두 할머니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시즌 3 ‘샌 주니페로’), 취향, 성격 등을 분석하는 데이팅 앱에 의해 커플이 정해지는 세상(시즌 4 ‘시스템의 연인’)이 <블랙 미러>에서 선보였습니다.

최근 공개된 시즌 6은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습니다. ‘존은 끔찍해’는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거의 그대로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모습에 놀란 여성 존이 등장합니다. 유명 배우 셀마 헤이엑이 연기하면서 실제보다 묘하게 나쁘게 묘사된 드라마에 존은 아연실색하지만, 이 드라마의 방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헨리호’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스코틀랜드의 시골 마을에 온 젊은 커플이 겪는 악몽같은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저 바다 너머 어딘가’는 지구에 자신을 모방한 레플리카를 둔 채 긴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중인 비행사 두 명의 비극을 그립니다. ‘메이지 데이’에는 촬영 중 사고를 친 유명 배우와 그의 사진을 찍으려는 파파라치, ‘악마 79’에는 사람 3명을 죽여서 공양하지 않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 악마의 설득에 갈등하는 소심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블랙 미러> 시즌 6 중 ‘악마 79’의 한 장면. 악마(오른쪽)는 주인공에게 사람을 죽여 세상을 구하라고 꼬드긴다.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 시즌 6 중 ‘악마 79’의 한 장면. 악마(오른쪽)는 주인공에게 사람을 죽여 세상을 구하라고 꼬드긴다. 넷플릭스 제공

시즌 6의 에피소드들이 지난 시즌에 비해 특출나게 잘 만들어졌다고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시리즈의 명성을 해칠 정도로 못만들진 않았지만, 에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없습니다. 미디어, IT 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을 그리는 <블랙 미러>의 전통에서 벗어나, 비디오 테이프 같은 과거의 기술을 다루기도 합니다. 특히 ‘메이지 데이’나 ‘악마 79’는 <블랙 미러>라기보다는 <환상특급>이나 <엑스파일>의 에피소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소재 고갈에 따른 고육책인지, 소재 확장을 위한 도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건 시즌 6에 넷플릭스를 패러디한 사이트가 2번이나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극중 스트림베리라 불리는 이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는 붉은 대문자 로고, ‘투둠’하는 효과음과 함께 시작한다는 점이 영락 없는 넷플릭스 패러디입니다. 특히 ‘존은 끔찍해’는 개인 맞춤형 드라마를 방영하는 미래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불러오는 악몽을 그립니다. 한 인물의 삶과 이를 극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극의 문제, 실제 배우의 데이터를 활용해 딥페이크 배우를 만드는 기술이 가져오는 문제가 언급됩니다. 실제로 할리우드 배우조합이 13일(현지시간) 파업을 시작하기로 한데에도 이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배우들은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이 에피소드를 두고 “이보다 시의적절할 수 없다”며 “‘존은 끔찍해’는 지금 파업을 하는 배우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악몽”이라고 평했습니다.

‘헨리호’에선 주인공들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스트림베리에서 방영되고 큰 상도 탑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에 무수히 많은 범죄 실화 다큐의 형식을 고스란히 차용합니다. 실화 기반의 범죄 다큐가 당사자의 삶을 착취할 수 있다는 점도 슬쩍 언급합니다.

콘텐츠 공룡 회사가 만든 디즈니플러스, 국내 유수 기업이 만든 티빙, 웨이브가 등장하면서 ‘OTT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것 같았지만, 현실은 넷플릭스 독점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풍자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내보내는 건 넷플릭스의 자신감일까요. <블랙 미러> 시즌 7이 나온다면, 넷플릭스를 더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을까요.

‘패러디는 셀프’ 지수 ★★★★ / 패러디의 끝은 자기 패러디

‘오컬트’ 지수 ★★★ / <블랙 미러> 시리즈에는 낯선 악마와 괴물


<블랙 미러> 시즌 6 중 ‘헨리호’의 한 장면. 넷플릭스 범죄 다큐를 연상시키는 다큐를 찍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 시즌 6 중 ‘헨리호’의 한 장면. 넷플릭스 범죄 다큐를 연상시키는 다큐를 찍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 시즌 6중 ‘존은 끔찍해’의 한 장면. 주인공 존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패러디한 사이트 스트림베리에서 방영된다.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 시즌 6중 ‘존은 끔찍해’의 한 장면. 주인공 존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패러디한 사이트 스트림베리에서 방영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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