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앞세워 방송 장악에 속도···‘패스트트랙’ 활성화

김기범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방송사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이른바 가짜 뉴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인터넷 신문사의 보도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체 심의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상황에 따라 포털 사업자에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밝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피해구제를 위한 ‘패스트트랙’ 활성화,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방송사들의 심각한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을 현행 최단 3년보다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심각한 내용의 가짜뉴스가 더욱 정교하게 조작돼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나아가 국기 문란으로까지 지적되고 있음에도 현행 법제도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법제도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마련하되, 우선 현재 가능한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가짜뉴스를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시일이 오래 걸리는 법 개정에 앞선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먼저 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해 접수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 심의와 후속 구제 조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방안(패스트트랙)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심위 방송심의소위가 기존 주 1회에서 2회로 늘어나고, 24시간 이내 전자심의 등을 위한 입법도 추진한다. 인터넷 신문사의 보도는 기존에 언론중재위원회에 맡기던 관행을 바꿔 방심위가 자체 심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방심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권 성향 위원들이 가짜뉴스라고 판단할 경우 방송, 인터넷언론 등의 보도를 신속심의 및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방통위는 “가짜뉴스 신고 접수 및 신속심의 상황을 주요 포털 사업자와 공유해 필요시 사업자의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는 등 자율규제를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로 여겨질 경우 포털 등에서 삭제나 임시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영향,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혹은 단체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 등”의 경우가 포함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방통위는 입법 보완책으로 가짜뉴스의 생산, 유포, 확산, 재확산 등 단계별로 실효적 제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입법안에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 기준, 삭제 및 차단 근거, 가짜뉴스에 따른 언론사의 관계자 징계와 경제적 이익 환수 등을 포함할 방침이다. 가짜뉴스를 생산한 기자나 사업자가 이후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거나 새로운 매체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이른바 ‘갈아타기 방지’ 조항도 포함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또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평가를 계량 평가 중심으로 전환하고, 허가·승인 유효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방통위는 긴급하고 심각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유효기간을 현행 최단 3년보다 축소하는 등의 제재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고 밝혔다. 때에 따라서는 매년 재승인 심사 및 이행점검을 받게 되는 방송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 관련 심의가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면서 방송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방통위는 이번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6일부터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협력 기관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시민단체들은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방안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언론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를 처리하겠다는 발상부터 초법적”이라며 “방심위에는 단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게시물에 조치를 취할 법적 권한이 없고, 인터넷 언론은 방심위 심의대상이 아니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방통위 설치법 등 법률이 정한 방심위의 직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또 패스트트랙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보도, 표현물에 대해 법정 제재를 정하기 위해서는 처분 대상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소명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되며, 불법정보가 아닌 표현물을 ‘패스트트랙’으로 급히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정 방송사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을 점검해 긴급하고 심각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유효기간을 축소한다는 것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언론통제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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