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에서 환하게 웃은 최인정··· 국가대표 13년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최인정이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최인정이 스스로를 칭찬하는 몸짓을 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인정이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최인정이 스스로를 칭찬하는 몸짓을 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전, 최인정은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았다. 사연 많았던 국가대표 13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을 다독이며 칭찬하는 손짓이었다. 20살 어린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여자 펜싱 최인정이 국가대표 반납을 선언했다.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결승전이 끝난 직후였다. 아쉬움도 미련도 없었다. 대회마다 울었던 그가 마지막 순간 환하게 웃었다.

최인정의 지난 13년은 다사다난했다. 그가 속한 펜싱 여자 에페의 역사 자체가 질곡의 연속이었다. 대표팀 막내였던 2012 런던 올림픽, 최인정은 선배 신아람이 ‘멈춰버린 1초’에 1시간이 넘도록 피스트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 흘리던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신아람은 개인전 준결승에서 잘 싸우고도 시간 계측 오류로 탈락했다. 그 아쉬움을 단체전 금메달로 털려 했지만, 역시 결승에서 무너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인정 그 자신이 석연찮은 판정에 고개를 떨궜다. 결승전 연장에서 최인정이 먼저 상대를 찔렀지만, 심판은 찌르기 전 최인정의 무릎이 닿았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찌르고 넘어졌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패했다.

최인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3번의 올림픽과 2번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매번 정상 직전까지 다가섰지만, 고비마다 무너졌고, 그때마다 울었다.

최인정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 마지막 선수로 나섰다. 잘 싸웠지만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쉬움에 동료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2020 도쿄올림픽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났다. 당시 세계랭킹 2위, 유력한 개인전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최인정은 첫판에서 세계랭킹 258위 선수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단체전에 나섰지만, 다시 결승에서 무너졌다. 이번에도 그가 마지막 선수였다. 동료들이 다독였지만, 최인정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금·은을 딴 최인정과 송세라가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웃고 있다. 왼쪽부터 송세라, 최인정, 비비안 콩(홍콩), 무르자타예바 딜나즈(우즈베키스탄). 연합뉴스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금·은을 딴 최인정과 송세라가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웃고 있다. 왼쪽부터 송세라, 최인정, 비비안 콩(홍콩), 무르자타예바 딜나즈(우즈베키스탄). 연합뉴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환하게 웃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가 아니었다. 국가대표 13년, 되돌아보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다. 후회 없이 지난 시간을 보냈기에 웃을 수 있었다.

최인정은 이날 시상식 후 메달리스트 인터뷰에서 대표팀 은퇴를 알리며 “올림픽 금메달은 못 땄지만, 만족하는 경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퇴를 결심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맡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스며든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마지막 무대에서 얻은 금메달을 바라보며 최인정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은 오는 27일 마지막으로 태극 무늬 투구를 쓴다. 결승에서 상대했던 후배 송세라와 여자 에페 단체전에 나선다. 또 다른 팀 동료 강영미와 이혜인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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