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7개월만에 국무위원 2명 낙마…권력집중에 따른 인사 실패 지적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친강·리상푸 면직...국문위원 5명 중 3명 남아

생활방식 문제·규율 위반·부정부패 혐의 등

중 정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약점 평가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연합뉴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3기’ 내각이 출범한 지 7개월만에 최고위급인 국무위원 2명이 낙마한 것을 두고 권력 집중에 따른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위원을 겸직했던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에 이은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의 면직으로 중국 내각인 국무원에는 시진핑 3기 들어 임명된 국무위원 5명 중 3명만 남게됐다.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끝난 6차 회의에서 리 부장의 국방부장 및 국무위원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을 모두 면직하고, 친 전 외교부장의 국무위원직도 면직했다고 인민일보가 25일 보도했다. 리 부장은 지난 8월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논단 행사에 참석한 이후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종적을 감추면서 실각설이 제기된 상태였다. 전인대는 리 부장의 면직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에서는 그가 군사 장비 조달 문제 등과 관련해 규율 위반과 부정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리 부장과 함께 국무위원직에서 면직된 친 전 부장은 이미 지난 7월 전인대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외교부장직에서 면직됐다. 면직 이후 국무위원직은 유지해 왔지만 공식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고, 결국 국무위원직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친 전 부장 면직 사유가 ‘생활방식 문제’ 때문이며, 주미대사 시절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과 대리모를 통해 혼외자를 낳은 것이 문제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친 전 부장 역시 다른 문제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두 사람은 시진핑 3기 들어 임명된 중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다. 국무위원은 중국 국무원에서 총리와 부총리에 이은 최고위직으로 다른 장관급 인사들보다 높은 서열을 갖는다. 지난 3월 시진핑 3기 내각 출범과 함께 임명된 국무위원은 모두 5명이다. 그 가운데 2명이 1년도 안돼 낙마한 것이다. 전인대는 후임 국방부장과 공석이 된 2명의 국무위원에 대한 후속 인사를 결정하지 않았다. 정부 요직에 큰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당장 후임 국방부장도 임명되지 않아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오는 29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국방·안보 분야 행사인 ‘샹산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 행사도 국방부장 없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후임 국방부장 인선은 다음 전인대 상무위가 열리는 12월 말까지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임 국방부장으로는 현재 군 서열 3위인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劉振立)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누가 국방부장이 되느냐에 따라 시진핑 3기 군사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 부주석은 대만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사령관 출신으로 그가 임명될 경우 대만에 대한 강경책을 시사하는 것이란 평가다. 반면 중국군 내 최연소 상장(대장)으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류 참모장이 임명될 경우 시 주석이 군의 혼란 수습과 대미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후임 인선과 관련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신임 국방부장을 발표하지 않고 공석으로 둔 것은 뜻밖”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잘하면서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건에 맞은 인사가 충분하지 않아 신중히 처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집중된 권력과 인사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 부장과 친 전 부장은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닐 토마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중국정치 연구원은 두 사람의 실각에 대해 “고위 관리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관리들이 시 주석이 선호하는 인물들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해임 과정이 중국 정치의 비밀주의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차이나센터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주요 인사들의 실각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중국의 투명성 부족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중국 정치 체제의 강점과 근본적인 약점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면직이) 시 주석의 정치적 위신에 약간의 손상을 가하겠지만 시 주석은 그것을 이겨낼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 시 주석의 오판이 공감을 얻을지 아니면 다른 경제·외교 정책의 실책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쉽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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