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수익 우량자산 ‘헐값 매각’ 우려···인력 감축도 해법엔 한계

박상영 기자

5년간 누적 수익 216억원 필리핀 태양광 사업 지분 매각

한전KDN 지분도 20% 매각 추진 “국부 유출 우려도”

삼성전자 연 요금 3000억원 더 부담, 한전 적자 해소 역부족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 발표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 발표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조치는 한국전력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보다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전 자구책으로 매년 수십억원씩 수익을 내는 우량자산 매각까지 급하게 추진해 오히려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한전이 발표한 자구대책은 크게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올해 1월 감축한 정원을 초과하는 현원 488명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3년 말까지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디지털 서비스 확대와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인력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감축 인원에는 중도 퇴사자와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 반영돼 있어 ‘착시현상’도 따른다.

이날 한전은 희망퇴직 인원 규모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한전은 “2직급 이상 임직원의 내년 임금인상 반납액 등을 위로금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했지만 수십억원에 그쳐 희망퇴직이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한전은 희망퇴직자에 평균 8000만원 위로금을 지급한 바 있다.

한전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전력설비 현장교육 시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동안 자구대책에서 제외됐던 서울 소재 인재개발원도 이번에 매각대상에 포함됐다. 전력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전KDN 지분 100% 중 20%도 매각을 추진한다.

여기에다 필리핀 칼라타칸 태양광 사업 보유 지분 38%는 모두 팔기로 했다. 칼라타칸 사업은 고정배당금이 확보돼 수익성이 높고 매각 제한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실제 칼라타칸 사업은 최근 5년간 수익 216억원을 냈다.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는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매각을 추진했던 그동안의 경영 방침과도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자구대책 방향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전KDN은 전력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인데 최근 어려운 금융시장에서 이번에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외국 기업에 돌아간다면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한전 적자는 연료비 급등에 따른 영향이 큰 데 인력을 축소한다고 얼마나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인재들이 외면하는 등 향후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전력산업연맹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 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국전력산업연맹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 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부 대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은 커지게 됐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2만1731기가와트시(GWh) 전력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같은 전력량을 쓴다면 2934억원을 더 내야 한다. 지난해 전력 사용량 2위와 3위였던 SK하이닉스(1만41GWh)와 삼성디스플레이(6146GWh)도 전기요금을 추가로 1404억원, 830억원 더 부담해야 할 처지다. 한전은 이번 요금인상으로 기업들이 평균 431만원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것에 대해 한전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연료비 폭등 등의 여파로 현재 200조원대 부채 쌓인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연간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치솟는 만큼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미국과 유럽 등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태양광, 히트펌프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도 보다 공격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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