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목표’였던 네이버 온스테이지···16일 아쉬운 ‘OFF’

김한솔 기자

제작진 “음악 환경·이용자 변화”

아카이브처럼 유튜브서 감상 가능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출연한 인디 뮤지션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를 부르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출연한 인디 뮤지션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를 부르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

국내 인디 뮤지션들의 ‘숨은 음악’을 찾아 소개해줬던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16일 종영한다. 온스테이지는 2010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3년간 매주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인디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고, 유튜브나 소셜미디어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어 있지 않던 시기. 인디 음악은 온스테이지를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투명한 큐브 안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무대는 온스테이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동안 온스테이지가 소개한 인디 뮤지션은 약 650팀. 이 중에는 지금은 유명 뮤지션이 된 이들도 있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온스테이지 제작진을 지난 7일 화상 인터뷰했다.

제작진이 밝힌 온스테이지 종영 결정의 주된 이유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다. 2018년 ‘온스테이지 2.0’부터 온스테이지 제작을 총괄한 임지인 네이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2010년의 음악 환경과 지금의 음악 환경은 굉장히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13년이 지난 동안 다양한 형태의 음악 플랫폼들이 많이 생겼고,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고 자신의 음악을 영상 콘텐츠나 음원으로 제작해 소개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소명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본다. 그때만 해도 온스테이지 같은 채널이 너무나 귀했는데, 이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제작진은 이용자들의 변화도 체감한다. 온스테이지 운영진 중 한 명인 박현수씨가 말했다. “저는 뮤지션보다 이용자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더 적극적으로 찾는 것 같다. 굳이 온스테이지가 하지 않아도, 좋은 뮤지션들은 이미 바이럴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온스테이지가 인디 뮤지션에 대한 지원 사업이라고 한다면, 그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강아솔.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강아솔.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2.0]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동안 온스테이지 무대에는 5명의 기획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이들만 출연할 수 있었다.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 실력을 갖췄을 것, 발매한 앨범이 있을 것 등 좋은 뮤지션을 소개하기 위한 나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정됐다.

온스테이지는 많은 인디 뮤지션들의 ‘첫번째 목표’이기도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온스테이지가 처음 등장했을 땐 이런 라이브 콘텐츠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인디 뮤지션들에게 ‘목표가 뭐냐’라고 하면 ‘온스테이지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할 정도로 상징성 있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였다”며 “한국에서 유튜브가 붐을 일으키기 전, 한국형 플랫폼에서 이룬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유명 뮤지션이 된 빈지노, 백예린도 과거 온스테이지 무대에 섰다. 인디 뮤지션 이날치도 온스테이지가 2019년 발굴한 뮤지션이다. 판소리에 팝, 록이 결합된 독특한 음악과 무표정한 퍼포먼스가 온라인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날치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에도 출연했다.

뮤지션이 자신을 홍보하거나 이용자가 음악을 찾아들을 수 있는 플랫폼은 많아졌지만, ‘다양하고 낯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진 걸까?

빈지노.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빈지노.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박현수씨는 “알고리즘이라는 게 동전의 양면 같긴 하다. 언뜻 보면 자기 취향의 확장 같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것이 추천되는 경향도 있다”며 “자극적이지 않고, 반짝 튀는 모습이 없는 잔잔한 음악들은 대중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낮아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요즘 웬만한 인디 밴드들은 다 팬덤이 있다. 새소년, 실리카겔 등은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화력’을 갖고 있다. 과거였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온스테이지가 3~4분짜리 라이브를 들려주면서 그와 관련된 서브 콘텐츠를 공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대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목표’였던 네이버 온스테이지···16일 아쉬운 ‘OFF’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 중인 이바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 중인 이바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는 종료되지만 그동안의 온스테이지 무대는 유튜브에서 계속 볼 수 있다. 국내 인디 음악의 거대한 아카이브가 생긴 셈이다. 온스테이지는 음악 분야의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네이버문화재단의 비영리 사회공헌사업이었다. 임 사무국장은 “인디 음악처럼 다른 영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공헌 사업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공개되는 온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에는 온스테이지 제작진이 늘 초청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던 유명 뮤지션이 출연한다. 오는 23일에는 전·현직 기획위원들과 뮤지션 김사월 등이 온스테이지 종영과 관련한 소회를 말하는 팟캐스트가 공개된다.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목표’였던 네이버 온스테이지···16일 아쉬운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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