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면 횟집 수족관에서 불이? 겨울철 횟집 화재 주의보

이예슬 기자    배시은 기자

겨울철이 되면 ‘물’ 때문에 ‘불’이 나는 곳이 있다. 바로 횟집 수족관이다. 물이 담긴 수족관에서 불이 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이다. 날이 쌀쌀해진 11월 들어 서울 내 횟집 수족관에서 불이 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9시54분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횟집 수족관에서 열선 이상으로 불이 났다. 가게 주인이 양동이 물을 퍼 날라 불은 빠르게 잡혔고, 수족관 속 꽃게도 폐사하지 않았다. 14일 오전 10시20분쯤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횟집 수족관 분전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일에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횟집 수족관에서 불이 났다.

수족관 화재가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수족관은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23일 오전 6시30분 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횟집. 영업 전 새벽시간에도 수족관의 조명과 전기 설비 등의 전원이 켜져있다. 이예슬 기자

23일 오전 6시30분 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횟집. 영업 전 새벽시간에도 수족관의 조명과 전기 설비 등의 전원이 켜져있다. 이예슬 기자

겨울철 수족관 화재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는 열선이다. 횟집 수족관을 가동하려면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횟집에 흔한 광어, 우럭 등은 수족관 온도를 통상 10도에서 16도 사이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 산소 조절 설비와 조명도 더해진다.

이처럼 전기를 많이 쓰다보니 과부하로 불이 나기 쉽다. 특히 온도 조절과 동파 방지를 위한 열선은 날이 추워지면 24시간을 켜 놓는 경우가 많아 과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3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횟집은 영업 전인데도 수족관의 각종 설비들이 ‘윙’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인천소방본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천 관내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수족관 보온용 등으로 쓰이는 히터(시즈히터) 관련 화재가 총 156건 발생했다. 그중 겨울철(12월~2월) 발생한 화재가 43.6%(68건)였는데, 주로 공장이나 수족관이 있는 음식점 및 수산물판매점에서 발생했다.

횟집 업주들 중에는 화재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이 만난 영천시장의 한 횟집 사장은 “합선 위험이 있고 고장이 잦아 동파방지 열선을 제거했다”면서 “화재 위험성 때문에 (앞으로도)딱히 안 쓸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시설관리를 철저히 하면 수족관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열선을 한쪽으로 치우쳐 감거나 묶어두면 열이 축적되므로 위험할 수 있다”며 “열선은 늘어뜨려 두는 게 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파방지용 열선에 금속키트나 열선과부화 차단장치를 사용하고 인증받은 KS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업주가 임의로 전기공사를 해 전기를 끌어쓰면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제품의 전기 용량에 맞는 제품으로 사용해야 발열로 인한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23일 오전 6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효제동의 한 횟집. 영업 전인 횟집의 수족관에 조명이 켜져 있다. 박채연 기자

23일 오전 6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효제동의 한 횟집. 영업 전인 횟집의 수족관에 조명이 켜져 있다. 박채연 기자

통상 수족관 화재는 근처에 물이 있기 때문에 큰 재산피해가 나기 전에 불이 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 중구의 영종도 회센터 건물에서 지난해 11월29일 발생한 화재도 수족관 온열기구가 발화 원인이었다. 당시 화재로 입주 점포 24곳 중 14곳이 불에 타 1억8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영주 교수는 “횟집 수족관은 가게 밖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 단순 전선 화재라도 외벽으로 불이 옮겨붙으면 확대될 수 있다”면서 “물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되며 건물 외부도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공하성 교수는 “보통은 금방 진압되지만 전기합선 등의 우려가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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